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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씨 May 04. 2021

플랫폼 노동자의 가치에 대하여

feat. 박상현 님의 칼럼을 읽고

요즘의 제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 중 하나, 플랫폼 노동자들의 환경에 대해서 정말 좋은 칼럼이 나와서 공유해 봅니다. 링크 이하 끄적인 주저리 글은 정말 제 의식의 흐름이라서 패스하시더라도, 링크의 칼럼은 다들 꼭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504027001&cp=seoul




거대한 플랫폼을 순환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에 필요한 것은 결국 기계다. 완전자동화에 이르지 못한 부분을 사람이 부품처럼 채우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아직 다 개발하지 못한 영역을 메워주는 사람을 귀하게 여길 것인가, 아니면 본래 그 자리에 들어갈 것으로 여겨지는 부속품처럼 여길 것인가. 아직은 기계를 개발하고 쓰는 것보다 사람으로 때우는 것이 더 가성비가 좋으니 사람이 회전시킬 수 있는 부분은 일단 사람으로 돌리고 보는 것인가, 사람을 놓고 기능의 효율화를 목표삼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소비자는 행복해지는데 서비스 제공자는 인간성을 지워가는 이 구조가 정말 괜찮은 걸까, 내가 영원무궁히 '행복을 누리는 소비자' 쪽에 있을 뿐 컨베이어 벨트의 한 칸을 떠받치는 '부속품같은 인간 존재'가 되지 않을 거라고 어찌 그렇게 다들 장담하는가.


그렇다고 무조건 쓰지 않는 것이 능사일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조차도) 이미 속도와 편리의 중독에 빠져 있는데, 아무도 안 써서 기업을 혼내주자! 같은 건 이미 말이 안된다. 일부의 불매는 거인에게 작은 벌레물린 상처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 걸까, 플랫폼 노동자들이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 그러니까 보통의 직장인이 받을 수 있는, 또는 그보다 나은 대우를 받으며 나의 편리를 위해 기꺼이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는 (돈 좀 더 벌겠다고 힘든 줄 알고도 자발적으로 뛰어든 거 아냐? 같은 말은 제발 사절) 환경을 만들려면 소비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타인의 손을 빌리게 되면 응당 비용이 든다'고 배우고 자랐다. 기계를 쓰는 건 저렴하지만 사람의 힘을 빌리는 데는 큰 돈이 드는 거라고 배웠다. 그래서 무형의 서비스, 눈에 보이지 않는 움직임에 당연히 비용을 지불해야 되는줄 알았고, 그 금액이 커서 지불하기 아까우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직접 해야하는 거라고 배웠다. 사회에 나와서 '뭐 이거 하나 해주면서 이런 돈을 받으려고 해' 하는 말들이나 인건비 용역비를 후려치는 관례들을 접하면서 엄청 큰 충격들이 쌓였는데, 그런 사회에서 오래 살다 보니 자꾸 무뎌지고, 어떤 때는 나도 나의 편리에 좀 더 작은 금액만 지불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누군가의 리소스 단가를 싸게 매겨버리면 그게 언젠가는 반드시 부메랑처럼 내게,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아온다는 것도 알고 있다.


편리함이 너무 크고 아름다워서, 플랫폼 노동자의 고난을 (이해는 커녕) 아예 알고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자주 목격한다. 궁금해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세상의 모든 약한 고리들을 대하는 마음은 결국 가장 큰 이기심(?)에서 나온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내가 너그럽고 돈이 남아돌고 인류애가 흘러 넘쳐서 노동환경이나 사회안전망이나 소수자들을 위한 정책이나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다. 언제라도 그것이 내 일이 될 수 있음을 매일 실감하기 때문이다. 내가, 내 아이가, 내 가족이 안전장치를 필요로 하는 입장에 놓였을 때에도 지금처럼 사람답게 살고 싶다. 그걸 위해서 악착같이 내 주머니에 돈을 쌓을 게 아니라 공동체의 갈라지고 부서진 부분들을 고치고 개선해야 하는 거라고 믿는다. 그래봤자 나는 활동가 선생님들처럼 최전선에서 뭘 하지도 못하지만... 마음이 답답하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테일러리즘이 결국 원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기계임을 깨닫게 된다. 딴생각을 하지 않고 작업에 집중해서 실수가 없고, 화장실에도 자주 가지 않을 뿐 아니라, 잠도 적게 자는 노동자가 가장 효율적인 노동자라면 테일러리즘의 궁극적인 목표는 로봇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간은 로봇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정 동작을 반복하면 두뇌가 적응하면서 속도와 효율성이 올라가지만,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행위는 근육과 인대에 무리를 주고 몸이 망가지는 결과가 나온다." (칼럼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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