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란다에서 일했던 기록
자란다에서 이것 저것을 담당하고 있는 마음씨의 글입니다.
이제 회사생활도 좀 적응했으니 틈틈이 글을 써볼까, 하고 야심차게 입사 카운트까지 제목으로 매겨 썼던 처음이자 마지막 글이 '입사282일차'였음을 깨닫고 화들짝 놀랐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으며, 어느새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바로 어제와 오늘처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물론 알고 있다, 사실 일터에서의 내 주변이나 일상에서의 내 주변에는 어느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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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변화는 부서 이동이다. 엄밀히 말하면 원래 주로 하던 일에 다른 책임이 더해진 것인데, 새로 얻은 덩어리가 크고 무거워서 원래 하던 쪽은 돌아볼 겨를조차 없다. 우리 서비스에서 매력적인 한 가지를 콕 집어내어 고객에게 보암직하고 먹음직하게 만들어내는 '상품기획'은 언제나 나를 창작욕에 불타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 서비스에서 어딘가 새고 있는 틈새를 탐지기로 샅샅이 뒤져 찾아낸 다음 이를 때우기도 하고 대대적인 수리를 하기도 하고 때론 통로를 막아버리는 결단을 내리기도 해야하는 '운영'은... 이야기가 아주 다르더란 말이다.
종종 '서비스 운영이야말로 자란다의 핵심이다' 라는 말을 들었다. 옆줄에서 일하고 있지만 나의 눈과 귀가 온통 운영팀 곁에 붙어있던 날도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막상 팀 안으로 들어와 이슈를 한장씩 들춰보다 보니... 팔 걷어붙이고 구석까지 묵은 때를 깨끗이 닦아내고 싶은 욕구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이다. 나는 문제가 보이면 이를 해결하고 싶어 몸부림치는 성향인데, 회사가 나를 운영팀 한복판에 던져넣은 것은 어쩌면 완벽하게 어울리는 직무를 안겨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눈을 감아도 떠도, 집에 있어도 여행을 할 때조차도 머릿속에 우리 플랫폼의 사이클이 둥둥 떠다닌다. 잘 된 일일까? 일단은 잘 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달라졌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합류하고, 몇몇은 먼 자리로, 몇몇은 가까운 자리로 옮겨졌다. 360도 서라운드 음향에 꽤나 민감한 나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통해 공간감을 느끼고 움직임이나 인기척으로 현재 업무의 흐름(?)을 파악하곤 한다. 누군가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느냐 묻지만 나에게는 소리와 감각으로 분위기를 읽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어서 편하고 도움이 된다. 묻지 않아도 알게 되는 일들이 있고 시끄러울 때에도 해야 할 일이 쉽게 보이기 때문이다. 주위의 사람들이 바뀌면서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더 명확해지고 더 순환이 되는 쪽으로 나아지고 있어서 한시름 놓았다. 잘 된 일이다.
300일, 333일, 365일, 400일 따위를 챙기려던 나의 야무진 꿈은 바람같이 흩어져 버렸다. 그래서 뭔가 날을 잡고 하려던 마음은 고쳐먹었다. 시간 날 때, 아니 생각날 때, 틈틈이 기록하고 남겨야겠다.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성장하고 있는데 그 자잘한 깨달음들을 미처 확인하지도 못한 채 흘려보내는 것 같아서 아쉽다. 아작아작 씹어 삼켜서 몽땅 내 세포에 새겨야 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