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불의 섬, 성별을 넘어 직업을 넘어
휘발되기 전에 간단하게 남기는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 섬 후기. 안 본 사람 없게 해주세요. 초등 이상이라면 자녀와 함께 보는 것도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 소감 한줄 요약: 조미료 쓰지 않고도 온갖 맛을 제대로 살린, 아주 든든하고 단단한 음식을 한 상 가득 맛본 기분. 본 거 또 봐도 가슴 속에 에너지 폭풍이 솟구친다.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그 이유는,
배경음악에 의외의 순간에 낯익은 클래식 음악들이 섞여 있다. 나도 모르게 오오, 이 음악을 여기서 이렇게 쓴다고? 하며 놀란 순간이 여러 번. 정주행 (겨우) 두 번 했는데 세번째 보면서는 음악에 좀 집중해 보련다.
겉모습도 속마음도 그대로 드러낸다. 여러 SNS에서 대표적으로 언급하는 장면이 장작패기 할 때 웃통 벗는 군인들인데, 그 외에도 각 팀이 전략 논의를 하거나 기지전 준비를 하는 순간들은 그 동안 우리가 많은 매체에서 봐온 ‘여성 그룹’의 모습과 다르다. 와 멋있다, 하다가, 아니 이게 당연한 건데, 하는 각성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는 동안 아직도 남아 있던 내 안의 선입견들이 죄다 씻겨나갔다.
생각과 시야를 방해하는 자막이나 특수 효과가 하나도 없다. 나는 그 유명한 무한도전이나 정글의 법칙도 보고 있기 힘들어서(?) 많이 안(못) 봤고 지구오락실처럼 ‘선호’ 쪽인 영상도 뭔가 예능 특유의 ‘내 정신을 맘대로 휘젓고 나가는’ 감각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번에 사이렌 보면서 완전 깨달았다. 엄한 효과들로 내 시선이나 생각을 강요하는 게 1도 없어. 영화나 다큐 보는 것처럼 내가 스스로 몰입하고 공감하고 생각하고... 너무 좋다. 이런 예능이라면 백번 천번 반복 가능.
물론 이게 다가 아님. 다른 이유들도 당연히 더 많음.
혹자는 스우파, 피지컬100, 강철부대 등등과 비교도 많이 하는데 사이렌은 그냥 사이렌. 불의 섬 다음에 물의 섬, 흙의 섬, 바람의 섬, 돌의 섬, 나무의 섬... (순정만화 제목 같다) 계속 나오겠죠? 멋진 언니들 더 더 많이 발견해 주세요. 이런 예능 (아니라 다큐라고 부르고 싶다)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즉 기지전을 피지컬 대결보다는 작전을 통한 전략전술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또 깃발을 뺏는 방식으로 꾸려 놓은 건 다분히 이들을 배려한 것이었지만 실제로 보니 그런 배려가 과연 필요했을까 싶을 정도의 피지컬 능력과 대결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건 아마도 여성들이 벌이는 피지컬 생존 서바이벌 자체가 처음인 제작진들이 겪은 일종의 시행착오에서 생긴 일일 게다.”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088/0000819576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달리 <사이렌>에서는 출연자들의 서사에 파고들기보다는 승부 그 자체에 몰두한다. 출연자들의 나이도 알 수 없고 그 흔한 개인사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작전을 짜고 팀워크를 다지는 모습에 집중한다. 연합도 배신도 기싸움이 아닌 전략으로 다뤄진다. 지금까지 이렇게 정직한 서바이벌 예능이 있었던가.”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047/0002395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