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과 조금 비슷한 80년생 마음씨의 기억 조각들
영화 '82년생 김지영'.
비록 학수고대 했던 개봉 첫 날은 아니었지만, 24시간 사이에 두 번을 관람했다. (사연은 복잡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참 좋았다는)
책 '82년생 김지영'은 출간된지 오래되지 않았을 때 아주 고통스럽게, 그리고 단숨에 읽은 후 다시 펼쳐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누군가와 이 책에 대한 대화를 할 때면 거의 모든 장면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구나, 종종 깨닫곤 했다. 내 82년생 김지영 책 겉표지를 들추면 한 쪽에는 조남주 작가의, 다른 쪽에는 고 노회찬 의원의 서명이 남아있다. 지금도 그 날의 북토크 분위기와 두 분의 담소가 생생한데 두 분 중 한 분은 나와 같은 세상에 계시지 않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기도 하고 먹먹하다.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기대가 부풀어 올랐고, 예고편이 SNS에 올라왔을 때는 울컥, 눈물이 났다. 뭐 하나 몰입하기 좋아하는 나는 예고편만도 몇 번을 되풀이해 봤는지 모른다. 줄줄이 달리는 악플을 보며 마치 내 피부 어디가 쓸린 듯 쓰라렸는데, 관객 몇만을 순식간에 돌파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조금 행복하기도 했다. 많이 달라졌다는 체감보다는 날이 갈수록 모두가 극단으로 치닫는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지만, 아주 평범한 여성들의 인생이 탁자 도마 위에 오른다는 자체가 고무적이기도 하다 싶기도 했다.
영화는 어쨌든 책갈피 사이사이의 행간을 온전한 시간의 흐름으로 시각화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의 감각은 끔찍한 일을 담담하게 보도하는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들을 때'와 비슷했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은 실제 나의 기억이 그대로 오버랩되는 장면들을 연이어 발견할 수 있었다.
조만간 다시 영화표를 예매할 예정이다. 아는 분들과 영화 번개라도 할까 싶고, 아직 못 본 친구들은 굳이 나와의 약속 때문에라도 영화관으로 데려가려 한다. 개봉XX일만에 XXX만관객 돌파... 와 같은 기록으로 라도 나는 이 영화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 영화가 탄생하기까지의 시대와 사회가 끊임없이 후대에 언급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영화의 사회적 의미는 여러 전문가들이 잘 말씀해주고 계셔서, 나는 이 영화(와 그 속의 장면들)가 내게 주는 개인적 의미를 차곡 차곡 기록하여 이 시대를 오랫동안 기억하는 데 먼지만큼이라도 기여하겠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11020222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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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팀장과 김지영
- 지영의 가족 식탁 장면
- 현관문이 닫히는 순간, 그리고 열리는 순간
- 바라보는 남편, 계속 바라만 보는 남편
- 빵집 아르바이트와 동대문 옷 장사
- 꽃무늬 앞치마
- 유별나다는 한 마디
- 정서방, 어쩌다 우리 지영이가 이렇게 되었나
- 나 뭐부터 하면 돼? ... 나는 네가 잘못될까봐.
- 내 잘못이에요, 나의 선택이고 나만 낙오되었어요
- 그 횡단보도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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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도 써도 더 나올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