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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씨 Apr 03. 2020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아이 생일 그리고 나의 짧은 휴직 17일 전.

그렇게 노력하고 연습을 해도, 기다리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사람이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고 성장을 지나 삶을 완성하는 과정에서의 가장 어려운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농장에서 직배송하는 꽃을 받아 화병에 꽂은지 꼬박 사흘째가 되니 이제서야 제대로 꽃대가 반듯하게 펴지고 제대로 꽃들이 활짝 피었다. 도착하자마자 정성스럽게 꽃줄기를 손질하여 신선한 물병에 꽂은 나는 반나절이 지나도록 살아나지 않는 꽃봉우리들의 반응 없는 얼굴들을 연신 들여다볼 수 밖에 없었다. 첫 날은 허무한 기다림으로 지나가고, 둘째 날은 다시 재손질, 물도 다시 갈고, 위치도 바꿔 꽂고, 사흘 째에는 포기하고 시들어 죽지 않은 게 어디인가 하며 출근했는데 퇴근해보니 생생하게 살아난 것 이상으로 꽃들이 정말 활짝 피었다. 


이렇게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한다. 팀에서 각자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게 되기까지는 적정한 때가 필요하다. 상황이 만들어져야 하고 기회가 찾아와야 하고 당사자들이 어느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조급증을 버리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고 한동안 그게 잘 유지가 되었는데, 최근 '마감일'이 있는 기분으로 계속 일을 하다보니 자꾸 보기좋은 결과를 바라는 마음이 앞섰다. 동료들에게 자꾸 미래를 단정지어 설명하려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오늘은 리더에게도 대화 중에 반발짝 앞서 나간 것 같아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잘못한 것은 아니고 하지 말아야 될 말을 한 것은 아닌데, 무언가, 훨씬 더 잘 맞는 아주 적절한 타이밍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한 쪽의 일들을 매듭짓고 마무리하는 만큼 다른 쪽의 일들은 파도처럼 차츰 차츰 다가오고 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양 방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할 때 같다. 이럴 때일 수록 체력, 정신력보다 체력이지. 외출도 마음대로 어려운 요즘, 대체 어떻게 내 몸의 열량을 소진시킬 수 있는지 고민이나 좀 더 하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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