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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씨 Apr 09. 2020

이삿날을 기다리는 마음

아이 생일 그리고 나의 짧은 휴직 11일 전.

이제야 정리다운 정리를 하는 기분이 들고 있다. 아, 물론 회사에서 말이다. 휴직은 11일 후로 다가왔고 (주말 4일 제외하면 딱 일주일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휴직 다음 주에는 집 이사가 잡혀 있다. 회사일은 차곡 차곡 정리하는 중인데 집안은 엉망이고 어림도 없다. 이사 갈 날이 다가온다 생각하니 더더욱 정리를 하고싶은 의지는 사라지고, 에라 모르겠다, 곧 옮길건데 뭐하러, 하는 마음만 모락모락 피어난다. 보다못한 이모님이 매일 문자로 '이거 버려도 되냐, 저거 버려도 되냐' 연락이 오는데,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일상이 조급해지면 이사를 하고싶어지는 마음은 나만 그런가? 아직은 나처럼 '스트레스를 이사로 푼다'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이사를 하면 리프레시가 된다는 말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제 쌓일 만큼 쌓였지'라며 정말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이사를 해버리는 경우는 정말 극소수인 것 같다. 나는 이사를 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과정도, 그럴 때마다 (이사 6회차인데도) 새롭게 알게 되는 각종 집수리 관련 상식이나 부동산 정보도, 집을 결정하고 새로 옮기기 전까지 이런 저런 집 구조 배치와 새로운 가구를 알아보는 일도, 실제로 이사를 하고 힘들지만 뒷정리를 하는 일도, 모두 재미있다. 물론 돈이 들고 시간도 들고 힘까지 드는 일인 것은 맞다. 게다가 나 뿐 아니라 세 식구의 주거 환경을 통째로 바꾸게 되는 일이라 나 외의 가족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말대로, "남들은 대개 그럴 때 여행을 가지" 라지만, 비슷한 돈을 들여 나는 이사를 한다. 이사를 하는 동안 오로지 그 일에 정신이 팔려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것도 좋고, 이사 후 새로운 일들을 조금씩 준비하는 것도 좋다. 


아이의 생일, 그리고 나의 휴직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보다 더 기다리고 있는 이삿날이 다가오고 있다. 내일은 잊지 말고 주인집에 부탁하여 새 집 실측을 하고, 이번에 새로 바꿀 가구도 슬슬 주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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