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생일 그리고 나의 짧은 휴직 10일 전.
10일 전부터는 정말 D데이 카운트다운을 하며 하루 하루 쌓이는 인사이트들을 차곡차곡 기록하겠다는 나의 야무진 꿈은 어디로 사라지고.
세시간 째 수학 학습지를 풀면서 징징거리고 있는 아이와 마주 앉아있자니 세시간 내내 나도 아무 일도 못했다. 애초에 평일에 조금씩 나눠 풀면 되는 학습지였는데 단 하루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아이는 결국 주말에 몰아서 풀게 되었다. 생일 전까지 이 책을 끝내지 못하면 생일에 약속한 태블릿 선물을 받지 못하는게 함정인데, 아까는 징징대는 볼륨이 자꾸 높아져 "수학 푸는 것도 너에게 좋은 일이고 태블릿 받는 것도 너에게 좋은 일인데, 왜 학습지 해달라고 엄마가 부탁하고 그래야만 태블릿을 받는다고 엄마가 애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역정을 냈다.
똑같은 상황이 지난 주말에 있었다. 한 달간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가, 이제 더는 못 기다려준다, 평일에 안하면 주말에 쌓인 거 다 해야 지나간다, 선언하며 이 상황이 시작되었다. 지난 주에는 심지어 울면서 평소 수면 시간보다 두 시간을 더 초과해서 졸면서 문제를 풀더니 '밀어놨다가 한꺼번에 하는 건 너무나 힘든 일 같다'고 쓰러져 잠이 들었는데, 오늘도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애들이 원래 그런 거지, 뭔가를 체득하는 건 한 번에 되기 어려운 일이지, 생각한다. 정말 내가 짜증이 나는 건 다만 '기다리며 같이 버텨주는' 시간동안 내 일을 아무것도 못 했다는 거다!
내일 하루의 주말이 더 남아있고, 내일은 뭔가 구조를 바꿔서라도 아이의 고군분투 시간동안 나도 나의 작은 성취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아, 허무해. 그래도 아이는 목표한 바를 (드디어, 가까스로) 달성하고, 상쾌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눕고 싶다가 싶다가 싶다가 침대에 눕는 순간의 행복을 이 엄마도 아주 잘 알지. 잘 자라. 내일은 조금만 더 일찍 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