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임자면〈청년바다마을〉젊은이들 많이 뿌리내려야

다나카 데루미의 〈인구의 진화-지역소멸을 극복하는 관계인구 만들기〉

by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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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기다려도 마늘 새싹이 올라오지 않더니만 드디어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어쩌다 비늘구멍에 싹이 보이지 않은 곳에는 새 종자를 심었어요. 그런데 몇몇 구멍에 꽃양귀비 싹이 올라온 게 있었죠. 길가에 피던 양귀비꽃 꽃씨가 바람을 타고 날라 왔거나 빗물에 휩쓸려 스며들지 않았나 싶어요. 마늘밭에는 그게 어울리지 않아 그 싹을 뽑아 주차장 옆으로 옮겨 심어줬어요.


뭐든지 새로운 것들이 타고 들어오면 한번은 확인하는 습성이 있죠. 사람도 마찬가지겠죠. 그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 잘 모르지만 앞으로 나에게 좋을지 아니면 해로울지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죠. 더욱이 내가 속한 공동체에 유익이 될지 덕스럽지 못할지도 생각하고요. 그러다 마음에 맞으면 오래도록 뿌리 내릴 방안도 함께 모색하게 되죠.


2023년 4월 2일 오후 무렵에 신안군 안좌면에 간 일 있었죠. 그곳에 있는 어느 교회의 교육관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책 읽기에 관한 이야기를 했어요. 두 살에서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자리라 쉽진 않았죠. 그래도 마을 뒤쪽에 자리잡은 김환기 화백의 고택도 이야기하면서, 그 아이들도 시골에서 별을 보며 저마다 꿈을 키우듯 책을 읽도록 격려해 줬어요.


실은 그 아이들보다 눈동자가 더욱 초롱초롱한 이들이 있었죠. 그 부모님들이었어요. 40대 초반의 여성분들이 많았는데 유대인들의 경제관이나 부에 관한 책을 말할 때면 초집중하는 모습이었죠. 자신들의 아이들이 훗날 유대인들처럼 경제적인 부를 이루며 살기를 바라는 뜻이지 않나 싶었어요. 안타까운 것은 그 모임이 끝나면 몇몇 아이들은 차를 타고 목포에 나가 학원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게 시골 아이들의 현실이라, 꿈과 현실의 괴리감이 크다는 생각을 했어요. 젊은 엄마들이 시골에 들어와 정주하며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일자리는 물론이고 자녀들의 교육 여건이 녹록하지 않아 그곳에 뿌리내리기란 쉽지 않다는 거였죠. 신안군도 그렇고 각 지자체마다 인구 유입에 사활을 걸지만 제로섬 게임에 그치는 경우도 많을 거고요.


“많은 지자체가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애쓰지만 여전히 관광이나 정주 촉진만 신경 쓴다. 관광은 일회적이기 때문에 지역의 힘으로 축적되기에는 부족하고, 지역으로의 정주는 장벽이 높다. 나는 항상 그 틈새를 공략하라고 주장한다. 관광도 아니고 정주도 아닌 인구층이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필요성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이는 교류인구와 정주인구 사이에 잠들어 있는 ‘관계인구’를 꺼내는 것이다.”(45쪽)


다나카 데루미의 〈인구의 진화-지역소멸을 극복하는 관계인구 만들기〉에 나오는 말이에요. 일본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지자체마다 정주 인구를 확보하려 극심한 출혈경쟁을 벌이지만 제로섬 게임이 많다고 하죠.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극적으로 정주 인구를 늘리는 건 어려운 현실라는 뜻이죠. 그걸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관계인구’에 있다는 거예요.


‘관계인구’란 일정한 지역에 사는 ‘정주인’ 개념을 벗어나 있는 ‘외지인’을 말하는 거예요. 비록 그들이 외부에 살고 있지만 특정 지역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관계를 맺고 사는 걸 말하죠. 그러다 문화 체험도 하고 예술 프로그램에도 참여도 하고, 한 달 살기나 일 년 살기를 하다 보면 정이 들어 그곳에 뿌리내릴 수 있다는 거죠.


다나카 데루미의 관점은 그거예요. 정주민이라는 인구가 양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든 지역재생의 주체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질적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만큼 ‘관계인구’는 인구의 양(量)적 관심사보다 질(質)적 관심사에 더욱 주안점을 두고 전환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뜻이에요.


다나카 데루미의 최근 책 〈관계인구의 사회학-인구감소 시대의 지역재생〉에는 ‘관계인구’가 빚어낸 좋은 선례가 나와요. 시마네현 아마정의 지역 고등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하자 외부 전문가와 지역 주민들이 협력해 ‘고교 매력화 프로젝트’를 추진한 게 그거죠. 상권이 붕괴된 고오쯔시 셔터거리에서 관계인구가 공방과 카페와 문화공간을 운영해 지역경제를 회복시킨 모습도 그렇고요. 카가와현의 만노오정은 고령자 마을인데 외부인의 참여로 의료·복지·문화 프로그램이 확장돼 마을이 활력을 되찾았다고 하죠.


올 4월에 그런 신문 기사가 발표됐어요. 신안군 임자면에 100억을 들여〈청년바다마을〉을 조성한다고 말이죠. 해양수산부에서 추진한 ‘2025년 청년 바다마을 조성사업’ 공모에 신안군 임자면이 선정된 것이죠. 그 사업은 청년들이 어촌에 들어와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역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바다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된 거라고 해요.


앞으로 그곳에 사는 청년들이 바다에 나가 고기도 잡고 김 양식도 할 수 있겠죠. 민박과 해양레저와 예술 워크숍 같은 섬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겠고요. 그러면서 관계인구가 찾아오고 문제를 맞대고 함께 해결하면 점차 정착도 할 수 있겠죠. 그만큼 이 사업은 단순한 청년 유입을 넘어 신안군의 미래 인구 구조를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전환점이 되면 좋겠어요.


물론 청년들이 정착하는 마을의 최종 관문은 따로 있죠. 자녀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게 그것이죠. 주거지와 일자리가 주어진다 해도 교육기반이 부족하면 가족 단위의 이탈은 불가피하니까요. 안좌면의 초롱초롱한 그 아이들의 눈빛도 그런 현실을 마주하고 있었으니까요. 임자면의 〈청년바다마을〉이 활성화되면 ‘지역형 미래학교 모델’도 관계인구와 함께 고민하고 연계하면 좋겠어요. 그래서 다들 뿌리내리고 살도록요.


“그러므로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으니 그 안에서 행하되 그 안에 뿌리를 박으며 세움을 받아 교훈을 받은 대로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골2:6-7)


신약성경의 골로새서에 나오는 바울의 권면이죠. 골로새교회에 침투한 헬라철학과 유대율법주의와 천사숭배사상과 로마의 황제숭배사상 같은 ‘혼합주의 신앙’을 배격하고 예수 그리스도에게 깊이 뿌리내리도록 한 거예요. 요즘으로 치면 기복주의나 번영신학이나 이단과 사이비 사상을 멀리하고 그리스도의 진리에 뿌리를 내리라는 뜻이죠.


우리말 ‘뿌리를 박으라’는 헬라어 단어 ‘리조우’(ῥιζόω)는 ‘뿌리를 강화하다’, ‘견고하게 하다’는 뜻이에요. 이 단어가 구약성경의 히브리어 ‘사라쉬’(שָׁרַשׁ)와 같은데 ‘뿌리를 박히게 하다’(시80:9)는 말이죠. 애굽에서 430년간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뽑아 가나안 땅에 심어 깊이 뿌리내리며 살게 한 포도나무라는 것이죠. 그들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창업을 하고 경제적인 부를 창출하며 사는 것도 그들만의 토라교육과 경제교육에 뿌리를 두고 있는 까닭이죠.


마늘밭에 새로 심은 마늘 종자가 잘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요? 비늘 구멍에 솟아난 꽃양귀비 새싹을 길가에 옮겨 심었는데 녀석들도 그곳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요? 그에 따른 토양과 환경은 중요한 일이겠죠. 사람도 새로운 곳에 흘러들어 뿌리를 내리려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법이니까요. 인구소멸지역의 섬마을들도 이제는 ‘관계인구’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그래야 젊은 사람들이 뿌리내리며 정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임자면의 〈청년바다마을〉이 좋은 본보기가 되면 더욱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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