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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ttle Creatures Apr 01. 2020

사우디에게 "석유"란

축복인가?

사우디에게 석유란 어떤 의미인가?


사우디가 산유국이 되기까지

사우디는 오랜 기간 동안 유목민 생활과 홍해 연안에서 무역 그리고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방문하는 순례객들에 의존하는 최저 생활수준의 경제체제로 유지되고 있었다.


1933년 사우디 정부는 현재명 미국 석유회사인 쉐브론에 석유 시추 및 채굴권을 허용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현재명 ARAMCO (ARabian AMerican oil CO)를 설립하여 본격적인 유정 발굴을 시작하였다. 1938년 3월에 최초 유정을 Dhahran에서 발견하였고, 1943년에는 당시 세계 최대의 Ghawar 유정 발굴에 성공하게 된다.


실질적인 사우디의 급격한 경제발전은 1973년 1차 오일쇼크의 발생에 기인한다. 당시 U$ 3/배럴 수준이었던 유가는 U$ 12/배럴로 상승하였고, 이에 따라 사우디 GDP는 1973년 U$ 15 Billion에서 1981년 U$ 184 Billion로 높아져 사우디는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2019년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는 GDP U$ 780 Billion의 세계 GDP규모 18위를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GDP 1,630 Billion로 12위이다.


사우디 아람코는

사우디의 석유채굴권을 가진 국영회사이다. 아람코는 1933년에 설립되어 쉐브론에 의해서 운영되다가, 사우디 정부의 석유시설 국유화 정책에 따라 1980년 지분 100%를 확보하여 국유화되었다.

아람코는 현재 세계에서 제일 큰 회사로 사우디 자체평가에 따르면 기업가치가 U$ 2 Trillion(약 2,400조 원)에 이른다. 순이익 규모에서도 독보적이어서, 아람코의 2018년 순이익 규모는 U$ 111 Billion(약 133조 원)이다. 참고로, 삼성전자의 순이익 규모인 U$ 40 Billion (약 48조 원)과 비교하면 2.8배에 이른다.


사우디 국가 재정수입과 지출

사우디 국가 재정수입의 대부분은 석유 관련 부문에서 발생한다. 또한 년도말 발표하는 다음 해 재정수입/지출 예산규모와 해당년도 말 집계한 실제 집행규모에는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우디 재정수입의 대부분이 해당년도의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2020년 사우디 재정수입 예산은 U$ 222 Billion이고 석유관련 부문이 62%인 U$ 137 Billion을 차지한다. 1970년대에는 국가 재정수입 예산의 85%까지 석유관련 부문이 차지하였으나 점차 줄어들어 현재는 60%대까지 내려왔다.


2020년 사우디 재정지출 예산은 U$ 272 Billion으로 교육비 예산이 18.9%, Health 관련 예산이 16.4%를 차지하여 전체 예산의 35.3%를 차지한다. 2010년대에는 교육비와 의료비 예산이 약 40%의 점유율을 보여주었으나, 최근 몇 년간은 감소 추세에 있다. 이는 유가 하락과 2015년 사우디의 예멘 내전 참전으로 늘어난 국방비 때문이며, 최근 몇 년간 국방비 예산이 약 35%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우디의 국민복지 정책

사우디는 이렇게 석유로 벌어들인 막대한 국가재정 수입을 자국민을 위한 여러가지 복지정책에 투입하고 있다.

주요 복지정책을 소개하자면


1. 사우디는 개인소득세가 없다. 

이와 유사한 이슬람의 5대 의무인 "Zakat"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기 위하여 매년 자산의 2.5%를 내도록 되어있지만, 정부에서 강제로 징수하지는 않는다.


2. 사우디는 주거구입비를 무이자로 지원한다. 

일정 조건을 충족한 사우디 국민들에게 주거 구입 비용으로 약 1억 5천만원~1억 8천만원 무이자 장기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사우디 서민주택의 분양가가 약 2억 4천만원~2억 7천만원이라고 감안하면 큰 혜택이다.


3. 사우디는 모든 공공교육 과정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대학생들에게는 정부가 한 달에 약 30만 원의 용돈까지 지불한다. 특히, 해외로 유학가는 경우는 요즈음은 선발기준이 약간 엄격해졌다고 하지만, 선발된 사우디 국적 유학생들의 학비 전액과 주거비와 생활비를 포함한 일정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해준다. 더군다나 여자 유학생의 경우는 남자(아버지, 남편, 형제, 아들) 1명을 반드시 동반해야 하며 이 동반자의 비용까지 국가에서 지원해준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정부 장학금으로 해외유학중인 학생과 동반자의 수는 9만명에 이른다.


4. 사우디는 모든 공공병원 의료비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더군다나 Ministry of Health는 치료를 위해 해외로 나갈 필요가 인정된 환자의 병원비와 동반 간병인 1인의 생활비까지 지원해준다. 이 혜택을 받는 인원수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통계자료를 찾지 못했다.


5. 기타 

이밖에도 은퇴자, 실직자, 저소득층, 장애인 등 여러 가지 별도의 복지정책들이 운영되고 있다.


또 하나의 Factor '이슬람'

사우디 생활 5년 차인 그리고 비무슬림인 나만의 관점에서 보고 느낀 사우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종교로 인한 '비효율'이다. 사우디의 최상위 개념이자 가치는 이슬람 정신이며 모든 종교가 그러하듯 국가의 의미도 초월한다. 이 이슬람 정신을 지키기 위하여 희생되어지는 경제/사회/문화적 효율이 상당한데도 불구하고 사우디는 기꺼이 이에 따르며 순종하고 있다.

아래 비효율의 예는 사우디 왕세자의 개방정책으로 현재는 해제되었거나 완화된 사항을 포함한다.


대표적인 비효율은 여성의 사회참여 제약에 있으며,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자면 "아바야"이다.

사우디의 개방정책을 주도하는 실질적인 지도자인 MBS 왕세자는 "여성들이 아바야를 입는 것이 무슬림의 의무는 아니다"라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동안, 완고한 종교지도자와 관습에 의해 강요되어온 아바야는 지금도 여전히 사우디 여성들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가로막는 굴레의 의복이다.


여성의 사회참여 제약에 대한 예를 들면

여성들은 아버지, 남편, 형제, 아들 중에 선택되는 남성 가디언의 허락 없이는 사회생활 참여가 불가능하였고

여성들의 운전이 허용되지 않았고

사무실에서는 여성들의 업무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주어야 하고 남성은 출입을 할 수가 없었으며

모든 식당에는 여자가 포함되는 가족공간과 남성만의 공간이 완전히 구분해야 하고, 출입구 조차도 별도로 설치해야 했으며

엘리베이터에 남성들이 타고 있으면 여성은 타지 않았고, 만약 그래도 여성이 타면 타고 있던 남성들이 다 내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사우디의 지난 여성 노동참여율은 약 15% 수준이었으며, 최근에는 개선되어졌지만 그래도 약 25% 수준인 게 현실이다. 이는 사우디 정부에서 추진하는 서비스 업종 등에 사우디인 의무고용 정책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Salah(기도시간) 또한 대표적인 비효율의 사례이다.

하루에 5번 있는 Salah는 약 30분간 계속되며 이 시간에는 모든 경제활동이 중단된다. 모든 상점들은 Salah 시간에 문을 닫으며, 식당과 마트에서는 이를 지키기 위하여 Salah 30분 전부터는 손님을 받지 않고 이미 식사/쇼핑 중이던 사람들도 내보내야 했었다.


Ramadan(라마단)도 그러하다.

이슬람에서 라마단의 의미는 '주위 가난한 이웃들의 고통을 함께 느껴보고 자비를 베풀자'라는 좋은 취지이다. 그래서 약 1달간 계속되는 라마단 기간에 무슬림들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물을 포함하여 철저한 금식을 이행하며 심지어 침을 삼키지도 않는다고 한다. 물이나 식사는 해가 지고나서 다시 해가 뜰 때까지만 가능하며, 이 시간에는 부유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베풀어준다.

이런 좋은 취지에 공감하여, 나도 라마단 기간 동안 금식에 참여하였지만 실패하였다. 나에게는 종교적인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한 달간이나, 그것도 해가 긴 여름 낮시간을 온전히 금식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엄청난 고난이었고, 날짜가 지날수록 그 정도는 심해졌었다.

이러한 좋은 취지의 라마단도 경제활동의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왜냐하면, 금식의 고행으로 인하여 모든 공기업과 민간기업은 하루 6시간 단축근무를 해야 하고, 그나마 짧아진 근무시간에도 회의나 방문 등을 삼가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제활동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비효율의 근원인 사우디의 종교생활에서, 만약 먹고사는 것이 힘들었어도 이렇게 경제적 효율을 희생하는 종교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반대로 말하면 이렇게 '주어진 부'가 사우디인들의 독실한 이슬람 종교생활을 가능하게 한다는, 이슬람에 무지한 나의 막연한 짐작이다.

(석유/종교와 엮인 왕정 등 정치적인 역학관계에 대해서는 생략한다.)


사우디에게 석유란?

사우디에서는 석유를 ‘알라의 축복’이라고 부른다. 국토의 90%가 사막이며 변변한 산업시설이 없는 사우디가 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검은 황금’인 석유 덕분이다. 이 석유로 인하여 '주어진 부'는 여러 가지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사우디가 G20에 포함되는 세계 18위의 경제대국이 되게 하였다.


또한, 이러한 '주어진 부'로 인한 부작용은 사우디 사람들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나타난다. 나라에서 주어지는 복지혜택으로 먹고사는 문제의 위기를 절실히 느껴보지 못한 데 따른 결과이지 않을까 한다.

3D 업종의 일은 하기도 싫어하고, 오랜기간 동안 천만에 이르는 저소득국가 노동자들이 허드레 일을 싸게 제공해왔기 때문에, 그 일은 나의 일이 아닌 듯 이미 익숙해져 버렸다.

또한, 상위업종 고급업무는 경험과 실력이 부족하여 선진국 근로자들에게 의존하면서 직접 업무를 하기보다는 관리자로서 보고받는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보고를 받으면 이해되고 직접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자신이 하려고 하면 할 수는 없는 법, 지금도 여전히 이런 고급업무는 선진국 근로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경영층에 있는 사우디인들은 실무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전문역량이 부족하여, 중요한 의사결정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또한 짧은 사우디 경험과 나의 무지에 따른 섣부른 짐작일 수 있다.


사우디의 최고 지도자인 MBS 왕세자와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층들이 POST 석유시대를 대비하여 산업다각화를 위한 비전2030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사우디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주어진 부'에 익숙해져 '비효율'이 만연하고 '부족한 글로벌 경쟁력'의 사우디 국민들에게 어떻게 리더쉽을 발휘하여 슬기롭게 추진하는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다시 한번 밝히자면, 이 글은 사우디 생활 5년 차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며 허접한 지식과 경험에 따른 오해의 소지가 충분한 글임을 인정한다.

다만, 나는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짧지만 나의 경험과 지식으로 그들의 삶을 바라보되 나의 섣부른 판단을 단단하게 굳히기보다는, 알아가고 이해해갈수록 쉽게 받아들여 바꿀수 있는 유연함으로 내 섣부른 판단의 강도를 유지하고자 한다.




사우디를 이해하기 위한 국제유가 동향 및 단편지식


[국제유가 동향]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하여 가속화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주요한 원인이다. 또한 국제유가를 좌지우지하는 사우디 주도의 OPEC과 러시아 주도의 OPEC+ 회의에서 국제유가를 부양하기 위한 석유감산 합의 실패가 국제유가 폭락의 촉발제가 되었다.


사실 산유국들은 그동안에도 국제유가를 부양하기 위한 감산정책을 펴오고 있었다.

2016년 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하여 OPEC+는 170만 배럴/일의 감산에 합의하여, 2020년 3월까지 유지하기로 하였다.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는 좌장답게 자체적으로 40만 배럴/일을 추가 감산해오고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더욱 심각해지자, 2020.3.6 사우디는 OPEC+와의 회의에서 기존 합의된 감산량(210만 배럴/일)에 추가 150만 배럴/일(OPEC 100만 배럴/OPEC+ 50만 배럴)의 감산을 제안하였다. 하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하였고 기존 감산 합의는 2020.3월 말로 종료된다. 이에 사우디와 러시아 등은 앞다투어 증산을 공식화하며 사우디는 1,300만 배럴/일, 러시아는 1,200만 배럴/일로 증산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로 인하여 현재 국제유가는 U$ 20/배럴 선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혹자는 이런 치킨게임의 양상이 지속된다면 U$ 10/배럴 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산유국들의 치킨게임

이렇게 산유국들간 치킨게임의 양상으로 치달은데 대한 이유는 여러가지이나, 사우디와 러시아의 미국 셰일 오일 업계에 대한 견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셰일 오일의 역사는 오래되었고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생산원가가 비싸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본격적인 채굴을 하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2011년~2014년 유가가 U$100/배럴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한 미국 셰일 업계에서는 셰일 오일을 본격적으로 채굴하기 시작하여, 미국의 산유량은 2012년 500만 배럴/일 수준에서 2015년에는 1,000만 배럴/일로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이렇게 무섭게 커가는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업계를 견제하기 위하여, 2015년에도 사우디의 주도로 OPEC에서 대규모 증산을 지속하여, 2016년 1월에 국제유가를 U$ 30/배럴 선까지 끌어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셰일 업계는 큰 타격을 입어 파산과 대규모 감원을 겪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미국 셰일 업계는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을 지속하였고, 현재 셰일 오일의 생산원가를 U$ 40/배럴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이렇게 셰일 오일의 경제성을 확보한 미국은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제1의 원유 생산국이 되었다.


이번 국제유가 폭락 사태는 표면적으로 OPEC+회의에서 사우디의 추가 감산 제안을 러시아가 반대하여 촉발되었지만, 분석가들은 2015년과 같이 이번에는 사우디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미국의 셰일 업계를 겨냥했다는 소문이 나도는 이유이다.

[사우디 리터당 휘발유 가격 :  1 Riyal=325원]



[국제 유가를 이해하기 위한 단편지식]

# 1배럴=158.9 리터

# 석유 생산량 통계 (IEA/국제에너지기구)

IEA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세계 석유 생산량은 약 79.1백만 배럴/일이다. 이 중 미국은 9.4백만/일, 사우디가 10.1백만 배럴/일, 러시아가 10.5백만 배럴/일을 각각 생산하여 전체 생산량의 38%를 차지한다.

현재는 미국이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으로, EIA(미국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2019년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12.3백만 배럴/일이며 이 중 셰일 오일 생산량이 7.7백만 배럴/일로 63%를 차지한다.

# 석유 소비량 통계 (IEA)

IEA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세계 석유 소비량은 약 80.6백만 배럴/일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약 2백만 배럴/일을 소비한다.

# 석유 생산 원가 (Break-Even Point)

Investopedia에 따르면, 수직 채굴(Conventional)의 생산원가는 세계 평균이 U$ 30~40/배럴이며, 사우디의 생산원가는 U$ 10/배럴 미만이라고 한다. 한편, 셰일 오일(Unconventional)의 생산원가는 평균 U$ 40~60/배럴이며 일부는 U$ 90/배럴에 이르기도 한다.

# 셰일 오일 (Shale Oil)

셰일 오일은 수직으로 채굴하는 일반 석유유정(Conventional)과는 달리 셰일 암반층에 포함되어 있어 수직과 수평으로 파 들어가야 하고 수압파쇄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여(Unconventional) 생산원가가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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