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아들(J)은 2003년에 태어나서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육아의 첫 경험인 딸(P)에게는 작은 것 하나라도 '해'가 될까 두려웠고 뭐든지 조심스러웠으며 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필요이상으로 '과'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J를 다르게 대했다.
얻어온 분홍색 옷을 거리낌 없이 입혔고, 가격이 싼 분유를 선뜻 선택했고, 칭얼거림이 있어도 허둥지둥하지 않았으며,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늦더라도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J는 무던하면서 둔했고 표정은 무심한 듯 뚱하고 멍했다. P는 똥을 싸면 싸기 전부터 얼굴이 붉어지고 칭얼대면서 강한 신호를 보냈는데, J는 쌀 때도 싸놓고도 티를 내지 않았다. 우리가 냄새로 확인했을 때는 닦아주기도 힘들 만큼 이미 문질러 놓은 후였다.
또, 어릴 때부터 J는 말이 많치 않았고 생각은 사려 깊었으며 행동은 무거웠다. 뭔가 하고 싶거나 가지고 싶은 게 있어도 조르거나 떼를 쓰지 않고 지나가듯이 한마디 쓰윽 던졌다. 엄마(RJ)는 우리라인(나와 딸)에 대적하기 위하여 J를 억지로 자기 라인으로 편입하였는데, 그래서인지 RJ는 이런 J의 한 마디를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았고, 결국 J는 자기가 원하는 이상을 지나가듯이 던진 한마디로 이루어 내었다.
이제는 나보다 훌쩍 커버린 키. 지는 자기의 힘으로 유전자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J는 어릴 때부터 내가 자기를 타고 앉아 두 손이 내 한 손에 제압당하고 볼을 요리조리 내어주며 뽀뽀를 당해왔던 자신의 흑역사를 갚아주고 싶나 보다. 요새 가끔 나의 힘을 시험해보고자 팔씨름을 신청해온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어림도 없지만 팔씨름 할 때 눈빛을 보면 그 의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아직 아들에게 질 때가 아니다.
원래 RJ와 J는 사우디로 오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 사우디 독신생활로 내 건강에 이상신호가 발생했고 RJ와 J는 기꺼이 사우디로 와주었다. 감사한 일이지만, J는 사우디로 온 이후 내 건강과 관련되는 모든 것에 참여하고 통제하기 시작했다. 체중감량을 위해서 나를 끌고 Gym으로 갔고, 내 사우디 독신생활을 지켜준 라면은 일주일에 한번 국물 빼고 면만 허락했고, 음식은 철저히 정량이하만 주었으며,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마트에서부터 통제를 당했다.
이를 위해서 말없던 그 넘이 잔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시기:2003년 /장소: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