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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부부의 조호바루 2주 살기 (2)

[운전 에피소드와 어설픈 팁]

by Little Creatures

새롭고 낯선 경험이었다.

RJ와 나는 딸의 나이만큼이나 오랫동안, 말은 아이들의 이야기에 한정되어 있었고, 행동은 아이들과 한 몸처럼 붙어있었다.

최근에야 집에 둘만 남겨져 있음을 문득문득 느끼지만, 우리의 생각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아이들과 연결되어 머물러 있다.

밥은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늦게 들어오지는 않는지…

상사가 괴롭히지는 않는지…

훈련은 힘들지 않은지…

특히, RJ는 아이들의 그 어떤 사소한 일에도 들어주고, 칭찬해주고, 도와주고, 편들어주고, 싸워주는 모성애 만렙의 엄마다. 아이들이 크고 나면 그 모성애를 나에게도 좀 나누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차례가 오지 않은 것 같다.

요새는 “그 차례가 오기는 하는건가?”라는 생각도 한다.

이번 조호바루 2주 살기는 오롯이 둘만의 여행이었다. 먹고, 마시고, 자고, 놀고, 쉬고 2주간의 모든 일상이 어떠한 다른 고려 없이 우리가 주인공이었다.

RJ가 이번에는 특별히 그 차례를 나에게 내주었고, 다녀와서는 즐거웠다는 칭찬도 해주었다.


RJ와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에피소드는 짧은 기간 동안 경험한 지극히 단편적이고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소감과 어설픈 팁이 포함되어 있다.


[역주행]

나는 싱가포르/홍콩/호주에서 오른쪽 운전석의 경험이 적지 않게 있었지만, 렌터카를 받고 얼마간은

중앙선이 없는 도로에서 우측으로 붙어 운전하다가 반대편 차와 마주 보기도 하고

차가 없는 도로에서 몇 차례 역방향으로 진입했다가 바로 꺾어 나오기도 하고

와이퍼와 깜빡이는 항상 거꾸로 작동시켰다.

답답했는지, 호주에서 3년동안 아이들을 꼬박꼬박 등.하교를 시킨 RJ는 나에게 “좌깝우멀”을 알려주었다. 좌회전은 가깝게 우회전은 멀게 회전하라는 뜻이다. 이후에는 실제로 구글맵에서 회전안내가 나오면 “좌깝” 또는 “우멀”을 한 번씩 외치고 나면 역방향 진입은 거의 하지 않게 되어,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는 날씨가 좋았던 어느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블라탄누사자야” 대형 회전사거리(Roundabout)에서 얼떨결에 출구를 한번 놓치고, 한 바퀴를 다시 돌아 빠져 나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헷갈려버렸다.

“좌깝우멀”이 적용되지 않고

진출입 표시는 보이지 않았고

차가 없어 앞차를 따라갈 수 없는 상황에

구글의 안내는 늦었다.

나는 역주행 차선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없던 차들이 내가 진입하자 갑자기 정면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비상 깜빡이를 넣었다.

손도 내밀어 흔들었다.

다들 속도를 줄이며 일부는 약간의 경적을 또 일부는 상향등으로 나의 실수를 질책한다.

다행하게도 차량의 흐름이 잠깐 끊어지자 유턴을 시도했다.

한 번에 돌지 못했다.

차 엉덩이를 삐죽 내밀은 어정쩡한 자세로 다시 한번 질책을 달게 받고나서야 생긴, 다음 빈틈에 후진과 나머지 유턴을 했다.

아주 심하게 질책해주지 않은 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나는 그 3분 만에 팍싹 늙어버렸다.

[완전 기본사양의 렌터카]



[Night Squall]

DESARU 반일 투어를 갔다.

오전에 포레스트시티 DR에서 골프연습을 하고, 오후에 여유 있게 출발하여 과일농장->Desaru 해변->반딧불 투어로 코스를 잡았다. 가장 기대되는 반딧불 투어 시간에 맞춘 일정이었다.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고, 마지막으로 Desaru 해변에서 반딧불 투어공원으로 이동하는데,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갑자기 차의 천장을 망치로 마구 두드리는 듯한 요란한 소리의 세찬 스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와이퍼를 최대로 작동시켰지만, 이미 어두워진 왕복 2차선은 분간하기조차 어려웠고, 비상등을 켜고 간신히 앞차의 미등만을 보고 가야 했다.

앞차는 그 동네 주민이었나 보다. 이 상황에 오가는 차도 없는 그 도로를 쏜살같이 달려갔고 결국 나는 놓치고 말았다.

주위에 차를 잠깐 세우고 거센 비를 피해보려는 생각을 했지만, 갓길 정차는 더 위험해 보였고 안전하게 대피할 만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반딧불투어는 그대로 통과하여 한참을 달려, 비도 잦아들고 오가는 차들을 만날 때까지 운전대를 계속 꽉 잡고 있었더니 손목이 저려왔다.

나는 또 늙어 버렸다.

[13일간 주행거리]

[Toll Gate 길막]

늦어지는 렌터카 배달에 조급하여 그랩을 타고 세나이 공항으로 가서 직접 렌터카를 가지고 왔다.

TNG카드와 AutoPass 카드도 꼼꼼히 챙겨 받아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의 Toll Gate에서 구입해 둔 파리채에 TNG카드를 끼워 자신 있게 갖다 대었다.

에러.

뒤에 차들이 기다리자 당황하기 시작한 나는 계속 시도했지만,

에러. 에러. 또 에러…

내 행동과 비상등을 지켜본 뒤 차들은 익숙한 듯 경적 한 번 울리지 않고 후진해서 다른 Toll Gate로 통과하였다.

인터콤을 통해서 안내를 받으니,

내 TNG카드는 잔고가 없었다. (출발 전에 충전하지 않은 내 잘못이다.)

일부 차선은 신용카드로도 결재가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또 늙었다.

[TNG와 파리채]



깜빡이와 와이퍼가 익숙해질 무렵 귀국하였고, 나는 돌아와서 한동안 또 헷갈려야 했다.

오른쪽 운전 전문가라고 으스대던 RJ는 한 번도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나만 늙어서 돌아왔다.



[운전 팁]

“좌깝우멀” 구글맵에서 회전 안내를 받으면, “좌깝” 또는 “우멀”을 한 번씩 소리 내어 외치는 게 역주행 방지에 큰 도움이 되었다.

고속도로는 추월선과 주행선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운행되고 있다. 추월선에서 앞에 차가 없거나, 뒤 차가 바짝 붙어오면 바로 양보하는 게 좋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회전교차로의 운전방법은 한 번씩 읽어보고 가면 도움이 된다.

주유할 때, 카운터를 통하지 않고 주유기에서 바로 신용카드를 넣고 주유하면 RM 200이 결재된다. 실주유금액이 차감된 금액은 며칠 뒤 신용카드로 다시 입금되었다.

TNG 카드와 AutoPass 카드는 터치하고 바로 떼지 말고, 잠시동안 유지해야 작동되는 경우가 많았다. (Touch & Hold)

끼어들기를 해야 할 때는, 깜빡이를 켜고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면 금방 양보나 틈이 생겼다.

구글맵 안내는 우리나라의 내비게이션만큼 친절하지 않고, 오류도 있다. 특히 회전교차로에서 직전을 5번째 출구라고 안내하고 있다. (영어로는 2nd Exit으로 안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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