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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에도 사람과 사랑은 존재한다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by 호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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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님의 소설은 우리 일상 이야기에 SF를 한 방울 떨어트린 느낌이야." 친구에게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을 추천하면서 준비했던 말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이렇게 설명을 해버렸다. 무의식적으로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계속 느낀 점이었던 것 같다.


보통 SF 소설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기술이나 SF적인 요소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초엽 작가님의 SF 소설은 우리의 삶에 SF라는 요소를 살짝 추가한 것처럼 느껴진다.


지난번, 작가님의 소설집으로 작가님의 SF 소설을 처음 접했고, 다른 책의 이야기도 궁금해져 「지구 끝의 온실」 책을 꺼내 들었다. 장편소설인 만큼 방대한 세계관이 웅장하게 느껴졌다.


'더스트'라는 오염물질로 인해 인간들은 더 이상 지구에서 편하게 살기 어려워졌고, 이 독성물질에 내성을 가진 내성종들이 살아남아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하나씩 맞춰지는 퍼즐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내성종들이 황폐화된 지구에서 살아가는 과정과 앞으로 지구에서 살아갈 미래를 위해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마저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SF 속에 사람과 사랑이 가득한 이야기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64p
자신이 '이타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후손'이어서 그런 것일까.

나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일제강점기나 6.25 전쟁 등 우리나라는 가슴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역사 속에서 살아갔던 이들 중 친일파 등 떳떳하지 않게 살아남은 자들도 있었다. 간혹 내가 그런 사람들의 후손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책 속에 나와있듯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이기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나로서 감히 판단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타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후손이 아니길 바라며, 깊은 생각을 거두곤 한다.


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139p
나는 그게 아마라가 희망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희망을 포기했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마지막 희망을 쫓아야 했던 아마라. 이 문장이 그토록 와닿았다. 이건 과연 희망을 포기한 것일까 아니면 희망을 놓치지 않은 것일까? 모순적이지만 모두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김초엽 작가님의 또 다른 SF 소설 「지구 끝의 온실」 도서 리뷰를 남겨봤다. 거대한 SF 세계관 속에서의 온정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SF 속에도 사람은 존재하며, 사람이 존재하는 곳엔 사랑도 함께 공존한다는 것을 곱씹게 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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