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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뽕삼 Sep 17. 2015

소규모 에세이 ; 신발 by 쑥

3인 3색, 같은 소재 달리 보기

다섯 번째 소재


신  발


글, 그림 / 쑥





예전에 여자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모두 다른 신발을 신고

출근할 정도로

신발 부자였다.


평발이라 오래 서 있거나 걸으면

항상 발이 피곤하다던 남자는,

비싼 브랜드의 신발만 고집하여 신었다.


우리는 그렇게 많은 신발을

종류별로 신발장에 넣어두고,

마음 내키는대로 골라 신고 다녔다.


그리고 이제 우린에게는

출근용 신발 한 켤레,

주말용 신발 한 켤레,

마실용 슬리퍼 한 켤레만이 남았다.


두 사람이 살림을 합칠 준비를 하며,

서울의 비싼 땅값과 물가가

어깨를 누를 때마다

하나씩 줄여가며 그렇게 살고 있다.


가끔은 신을 만한 신발이 없어서

신발 하나 새로 살까, 할 때마다

여자는 남자의 손이,

남자는 여자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했다.


우리는 약간은 약간은

부족한 삶을 살고 있지만,

울퉁불퉁 자갈길을 걷게 하는

두툼한 신발 밑창처럼.

상처 나지 않게 발을 감싸주는

신발 외피처럼.

눈길에서도 발이 시리지 않게

열기를 품고 있는 내피처럼.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가장 좋은 신발

되어주고 있음을

알고 있다.


마음만은 부족할 것 없는 지금이다.





쑥뽕삼<같은 시선, 다른 생각>

서른을 맞이한 동갑내기 친구 3인의

같은 소재 다르게 보기 활동을 사진, 그림, 글로 표현한 공동작품모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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