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쑥뽕삼 Sep 18. 2015

소규모 에세이 ; 신발 by 삼

3인 3색, 같은 소재 달리 보기

다섯 번째 소재


신  발


글, 사진 / 삼





요새 길을 걷다가 발을 내려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신발끈이 풀려있다.

분명 잘 묶었는데 말이다.


다시 한번 매듭짓고, 또 매듭지어서 

리본을 쫌쫌이 묶어두고 발걸음을 옮기면

몇발자국 못가서 이번엔 다른 쪽 신발끈이 풀린다.


신발끈이 풀리면,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게 하려고, 

나를 만나려고 오는 중이라고,

그런 이야기가 생각나서 주변을 돌아보면


내게로 오는 것은 

내 옆의 이차선 도로를 지나가는 자동차들 뿐이라서,

나는 길 한 쪽으로 비껴가서 

다시 한 번 신발끈을 동여맨다. 



나를 기다리게 하는게 아니라면,

나를 만나러 오는게 아니라면,

내가 너를 기다리게 할 수 있다면,

                      만나러 갈 수 있다면.




쑥뽕삼의 <같은 시선, 다른 생각>

서른을 맞이한 동갑내기 친구 3인의

같은 소재, 다르게 보기 활동을 사진, 그림, 글로 표현한 공동작품모음 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규모 에세이 ; 반찬 by 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