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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생활 4년 차

프롤로그

by 제스

시골 4년 차

4년 전 코로나 때 경기도 안양에서 충남 보령으로 이사를 왔다


코로나 시기에 사람 많은 도시 생활에 대한 회의가 들었고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본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평생 도시에서만 살다가 시골로 내려온다는 것은 인생의 큰 변화이자 새로운 도전이었다. 시골로 내려온 것은 돌이켜 봐도 너무나 잘한 선택이었다. 왜 진즉에 이런 삶을 모르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 친척, 친구, 지인 모두 통틀어도 시골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 농사짓는 사람은 더더욱 없고.. 아내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 수도권 도시에 거주하니 시골에 대해 모르게 사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더욱이 평생 도시에서 살았던 우리가 '시골에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김중혁_작가의_문화살롱_영화_리틀_포레스트_(8).jpg <리틀포레스트. 2018> 시골 생활을 꿈꾸게 해 준 영화


이 글은 우리 부부가 처음 시골로 내려갈 마음을 정했을 때 지방을 알아보고 집을 보러 다녔던 이야기부터 시골 텃세, 아이 육아, 시골에서 먹고사는 이야기까지 시골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시골로 내려간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시골은 어디를 시골이라고 하지?’, ‘시골 가서 농사를 지을 수 있나?’, 농사를 지으려면 뭐가 필요하지?, ‘농사를 안 짓고 시골에서 살 수 있을까?’, ‘시골에서 아이 교육은 어떻게 하지?’ 등 시골에 갈 때 생각해 봐야 할 것들에 대해서 써 보려고 한다.


아마 영화 <리틀포레스트>나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을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을 시골살이를 생각해 봤을 것이다. 특히 베이붐 세대는 은퇴 후 귀촌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30대에 내려왔다. 아내는 20대 일 때. 오히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시골에 내려온 게 정착하데 더 도움이 되었다. 젊은 사람이 귀한 시골에서 아이 키우는 젊은 부부는 귀하게 여기는 것 같다.


나무를 옮겨 심으면 첫해는 뿌리를 내리고 2년 차는 성장하고 3년 차부터 열매를 맺는다. 우리 가족은 올해 시골 4년 차, 첫해에 적응하고 이듬해 둘째를 낳고 3년 차에는 일도 생활이 안정화되어 올해 4년 차다. 연고도 없는 충남 보령에서 뿌리를 내리고 이제는 정착한 것 같다.


_MG_7595.JPG 눈 내린 날, 집 앞 풍경


4년이 되었어도 친구와 지인들이 묻는다.

"시골에 살면 좋아?"

나는 매번 답한다.

"응. 너무 좋지"


봄에는 들판에 꽃들과 찰랑거리는 논에 모내기를 보고

여름에는 앞마당에 설치한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가을에는 옆마당에서 감을 따고 무화과를 따서 먹고

겨울에는 화로에 불을 피워 감자와 고구마며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다.


재산은 많지 않지만 빚/대출 없이 가진 것에 만족하며 자연을 벗 삼아 즐겁게 살고 있다. 사람들에게 부대끼며 출퇴근하지 않고, 자연을 벗 삼아 아이들 건강하게 크는 것 보면서 만족하며 살고 있다.


물론 시골살이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말도 안 되는 텃세와 교통, 배달의 불편함, 여름에 벌레와 겨울 추위 등등 불편하고 안 좋은 점들도 많다. 그러나 불편함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도시와 시골 중 어디가 더 좋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인 것 같다.


느리게 살고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삶

그렇다고 시골에서 산다는 것이 물질적인 가치를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골에도 돈벌이에 대해 생각하고,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생각한다. 오히려 회사 다니면서 시간에 쫓기면서 육아에 소홀히 하는 삶이 아니라 육아/교육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하나의 수익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각도로 생각하고 보다 능동적으로 일한다.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수동적인 생활에서 능동적인 생활로, 삶을 보다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면 시골에서의 삶도 한 가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 시골 생활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IMG_8892.jpg 우리가 첫눈에 반한 우리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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