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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진 Jan 06. 2019

글쓰기 원정대의 서막 1

# 책 따위 안 만들어도 되지만 2


*저의 두 번째 책 <책 따위 안 만들어도 되지만>의 1장에 해당되는 저의 이야기를 업로드해 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오직원 원정대’ 모임의 첫 시간. 손님들, 오직원과 함께 둘러앉아 각자가 만들고 싶은 책 이야기를 한 명씩 시작했다.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마시고 쓰는 에세이, 아빠와의 대화를 모은 이야기, 지난 사랑을 추억하는 연애 이야기 등 여러 사람이 모인 만큼 겹치는 주제 없이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면 더 좋아요.”  

이 말을 듣고 나는 무슨 글을 써야 할까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하면…… 

아! 내가 제작했던 방송들의 뒷이야기는 어떨까? 불현듯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거야. 정말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니까 이게 딱 맞겠다 싶었다. 더 늦기 전에,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다음날부터 나는 모임에 가져갈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가장 내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이야기부터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 글을 쓰는 게 어색해서 쓰다가 지우기를 반복했지만, 첫 문단을 넘어가니 그다음부터는 조금 수월하게 써졌다. 몇 년간 머리와 마음에서만 간직하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쭉쭉 써 내려갔다. 그러자 묘한 쾌감과 함께 속이 시원해졌다. 다른 사람의 입맛에 맞게 쓰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며 글을 쓰는 기분은 생각보다 좋았다.  

부끄럽게도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자유롭게 써보는 건 거의 처음이었지만,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내 이야기로 한 편을 써서 완성하니 뿌듯했다. 그동안 일을 하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쓰는 기쁨'을 이제야 느끼게 된 것이다. 

각자 써오기로 한 분량을 들고 만나기로 한 ‘오직원 원정대’의 두 번째 모임 시간이 왔다. 
나는 긴장감을 감추며 써온 글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모두가 집중해서 서로가 쓴 글을 읽는 시간. 
은은한 조명 아래 잔잔한 BGM이 흘러나와 분위기는 평화로웠지만 내 심장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방송 대본을 쓸 때도, 기업의 홍보 콘텐츠를 만들 때도 항상 글에 대한 지적을 받던 게 일상이라 나는 내 글에 자신이 없었다.  

“작가님…이렇게 밖에 못쓰세요? 이 정도는 저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건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 무슨 전공하셨어요? 국문과? 문예 창작과?”  
 (클라이언트들은 내 글에 불만을 표현할 때마다 전공을 물어봤다.)  

“홍보 카피가 너무 밋밋하잖아. 섹시하게! 귀에 딱 꽂히게!”   
 (……)  

날마다 글에 대한 지적이 반복되다 보니 다른 사람이 내 글에 대해 의견을 줄 때마다 긴장됐고, 그 순간이 매번 괴로웠다. 그럴 때마다 내가 글을 계속 써도 되는 걸까 자괴감에 시달렸었다. 혹시나 모임에서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는 동안, 어느새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자, 이제 한 명씩 피드백을 해볼까요?”  
서로의 글에 대해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내 글의 피드백을 받을 차례가 왔다.  

“글 재미있네요, 잘 쓰시는데요?” 
“ ! ”   
순간 놀라서 심쿵 했다. 글이 재미있다는 말, 잘 쓴다는 말은 처음이었다. 글로 칭찬을 듣다니. 혼자 감격하다가 ‘계속 글을 써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조금 울컥했다. 혹시 사람들이 글에 대해 지적하진 않을까 잔뜩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이 끝나고 글을 쓰는 시간이 주어졌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글을 쓰려고 모니터를 바라보는데 히죽히죽 웃음이 나왔다.  

즐겁게 모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유독 그날따라 밝게 빛나는 달을 보며 나는 정말 오랜만에 행복했다. 내가 나를 더 믿어줘도 되겠구나. 그동안 글을 써왔지만  항상 위축되고 자신감이 없었기에, ‘잘 쓴다’ ‘재미있다’라는 말이 어떤 말보다 내게 특별했다. 

그렇게 글 쓰는 것에 조금 자신감을 가지게 되자, 더 재미있게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매주 모임 시간을 마감일로 잡고 한 편씩을 완성해서 모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때마다 원정대 멤버들은 격려와 함께 적절한 조언을 해주었다.  

“글에 은진 님의 생각이 더 많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글의 도입부가 기사 같은 느낌이 드는데, 조금 가볍게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  

다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분들이 아님에도, 정확하고 필요한 피드백을 해주신 덕분에 내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5주간 이어진 오직원 원정대 모임을 두 기수 참여하니 나름 원고가 쌓였다. 물론 아직 책을 낼 정도의 양까진 아니었지만 조금만 더 글을 쓰고 다듬으면 곧 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오직원 원정대를 끝내고, 혼자 원고를 조금씩 써 내려가던 시기. 6주 안에 책을 만드는 강의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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