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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새벽이 있었다

by 리틀 골드문트

그런 새벽이 있었다.


낮에 나눴던 대화에서

별안간 무례를 느끼며 울컥해버리는.


내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지 하며

촘촘하게 펼쳐진

호의와 악의의 4분면 경계 어딘가에서

정확한 좌표를 가늠하려는 새벽.


그러다 불현듯

섬세함의 탈을 쓴 날선 자존심이 아차 싶은 새벽.


깜깜한 아파트 단지 사이로

우리집 거실만이 홀로 하얗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지러이 자리한 물건들 사이로

불규칙적인 공허함이 떠다니고

차마 마주하지 못한 시선

그리고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소음만이

간신이 메꾸던 시간


방한켠 일정하게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만이

이 새벽도 무수히 지나가는 것이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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