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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보러 다니는 예의에 대하여

약속시간은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by 리틀 골드문트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약속을 한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약속은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둠.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이다. 이는 곧 쌍방 간의 합의이자,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전제로 한다.


물론, 모든 약속을 지키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우리는 의도치 않게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지킬 결심 없이 약속을 하는 것은 무책임함을 넘어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저버리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몇 달 뒤 이사를 앞두고 있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까지 여덟 팀이 다녀갔고, 한 팀을 제외하면 모두 신혼부부였다. 집은 작지만 역세권에 위치해 있고 조용한 동네라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좋은 편이다.


나는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일이 이렇게 내 신경을 건드리는 일인지 몰랐다. 집 보러 온 여덟 팀 중 절반 이상이 약속 시간에 맞춰 오지 않았다. 한 팀이 우리 집을 보고 떠나기까지, 부동산 사장님과 나는 평균 6~8통의 전화를 해야 했다.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하는 데는 사람들이 약속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1. 당일 약속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유형


어제 부동산 사장님께 연락이 왔다. 내일 오후 2시 30분에 집을 보러 가고 되냐는 것이었다. 주말에 남편과 외출을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웬만하면 맞춰주자는 마음에 알겠다고 했다. 다음날 남편과 청소를 끝내고 기다리던 중 핸드폰이 올렸다. 부동산 사장님이었다. 오늘 2시 30분에 오겠다던 사람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다음 주 월요일 2시 30분에 방문하겠단다. 이 연락을 받은 건 약속시간 1시간 전인 1시 30분이었다.


그 사람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약속시간 1시간 전에 갑자기 약속을 취소하는 건 납득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일이 생겼다면 그전에 미리 연락이 왔어야 했다. 게다가 다시 약속을 잡은 시간이 퇴근한 시간도 아닌 애매한 시간 2시 30분. 그 애매한 시간을 콕 집어서 다시 오겠다는 태도, 마치 이 집이 그 사람을 위해 언제라도 준비가 되어있는 듯이 통보하는 태도가 예의 없게 느껴졌다.


이 약속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다. 여러 사람의 입장과 정성이 녹아있다. 이 집에 살고 있는 나는 최대한 이 집이 예쁘게 보일 수 있도록 깨끗이 청소를 해놓고 기다린다. 그리고 이 집을 니즈에 맞는 사람에게 잘 팔려는 부동산 사장님의 정성이 있다. 누군가의 늦잠, 귀찮음, 또는 바뀐 마음으로 약속시간을 변경하는 건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2. 약속시간보다 10분 이상 늦는 유형


며칠 전, 오후 6시에 집 보러 오겠다는 사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나는 그날 저녁 8시에 선약이 있었지만, 보통 집을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분~15분이기에 집을 보러 오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선약에 늦지 않으려면 집에서 7시에는 출발해야 했다.


그런데 약속시간인 6시가 넘어 6시 30분이 돼도 깜깜무소식이었다. 부동산 사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 보러 오는 사람들이 길을 헤매 좀 늦고 있다고 한다. 나는 7시에는 나가봐야 한다고 난감한 표현을 했다. 그러자 부동산 사장님이 집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황당했다.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은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었고, 설사 집을 못 보게 되더라도 이는 전적으로 그들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너무나 태연하게 집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부동산 사장님의 요청은 무례하게 느껴졌다. 집의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은 개인이 재량인 것이지 요구받아야 하는 사항이 아니다. 오히려 내게 부당한 배려를 요구하는 것이 황당했다.


나 역시 작년 12월 동안 집을 구하러 여러 부동산을 다니고 여러 집을 살펴봤지만, 어떤 집도 부동산에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부동산 사장님들은 요즘엔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을 꺼리기에 미리 약속을 잡아야 집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나 역시 모두 약속시간을 조율했고, 그 시간에 맞춰 방문했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엄수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의 시간과 노력을 존중하며, 서로 간의 신뢰를 쌓아가는 기본적인 태도다.


특히 부동산 거래처럼 중요한 일에는 더더욱 약속을 지켜야 한다. 가장 고단한 사람은 원하는 예산 내에서 내가 원하는 조건을 가진 최선의 집을 찾는 본인일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집을 찾는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시간과 노고가 함께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각자의 시간과 노력이 존중받아야만 원활한 진행과 신뢰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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