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 두니 숨이 쉬어졌다
회사가 문제라기 보다는
정확히는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갖은 확고한 생각들과 믿음
그 위로 덧대여진
공허한 말의 양식이
하루에도 수십번 목을 졸려왔다
억대 연봉을 포기해도
그 길에 미련이 남지 않았던 건
내 목숨값은 그보다 몇만배나 더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꽤 살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남들처럼
다른 결혼한 여자들처럼
다른 삼십대 여자들처럼
그런 얘기가 스멀스멀 귓가에 들릴때면
이제는 떠나야 할 곳도 없는데
무엇을 포기해야 하지
내게 남은 건 목숨과 희망 이 두 개인데.
한때 대화를 이어갔던 사람들로부터
전화나 카톡이 울릴 때면
글쎄,
나의 평화는 꽤나 비싼 값을 치른 것이니
이 비싼 값에 흠을 내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누구를 싫어할 에너지도, 그럴 마음도 없다
그냥 생각하는대로 당신의 갈길을 가고
나도 내 갈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그 남들만큼의 남에게 관심을 쏟기엔
관심갖어야 할 것들이 많다는걸
왜 모르는 걸까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내게 훈수를 둘 일도 없다
당신의 삶에서 그나마 했던 일을 들먹여
잠시나마 우쭐해지고 싶은 그런 시시한 마음이겠지
어차피 죽음은 온전히 내 몫이니
나는 나다운 삶을 살다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