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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지 Dec 20. 2022

누가 뭐라 해도 글쓰기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로

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올린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브런치 알림을 두 번 받았다.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글은 책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

“출간의 기회는 글에 집중하고 있을 때 꿈처럼, 마법처럼 찾아옵니다. 작가님의 색깔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브런치팀은 정말 일을 잘하는구나 싶었다. 알림 글도 감동이었다. 그러나 글을 올리지는 못했다. 끄적인 글은 있는데, 내가 봐도 함량 미달이었다.


몇 달 전 도서관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차 한 잔 하다가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소설 쓰세요? 와 대단하다.”

“아니, 소설은 아니고요, 그냥 수필이죠.”

“그럼 자기 얘기 써야 하잖아요. 난 그런 건 싫더라.”

“…….”

가끔 그렇게 말문을 닫게 만드는 대화가 있다. 글 쓴다고 하면 소설 정도는 돼야 명함을 내미는 건데 그깟 ‘신변잡기’ 쓰면서 내가 괜한 소리를 한 건가. 머쓱해진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보잘것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착한 치매에 걸린 엄마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보내 주었다. 멀리 사는 오빠와 동생에겐 브런치북으로 엮은 다음에야 공유했다. 사실 가족 이야기라 조심스러웠는데 다행히 엄마, 아빠에 대한 기억들을 저장해 놓을 수 있어서 고맙다고, 당시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울다 웃다 하면서 읽었다고, 꼼꼼하게 오자까지 찾아주었다.


난생처음 악플이라는 것도 받았다. “현대판 고려장”을 해놓고 가슴 아픈 척한다고, 내 글이 “역겹다”고까지 했다.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하며 댓글을 깔끔하게 지우고 차단했다. 그리고 돌아보았다. 글을 쓰면서 내 자신을 합리화하지는 않았는지, 행여 실제보다 괜찮은 사람처럼 묘사하는 걸 경계하자고….


어렵게 엄마 이야기를 완성하고, 다음 주제는 ‘여행’으로 잡았다. 그러나 흔하디 흔한 여행 소재를 어떻게 새롭게 쓸 것인지 생각하다 잠시 멈춰 서 있다. 쉬는 만큼 자신감은 하락세다. 며칠 전 핸드폰 메모장을 정리하다 정세랑 작가 인터뷰 글을 다시 읽게 됐다.  


Q. 글을 쓰고, 나만의 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정 작가님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어떻게 써야 나만의 글을 쓸 수 있을까요.

A. “제 주변에 동료 작가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모두 2~3일마다 꼬박꼬박 책을 1권 이상 읽는다는 거죠. … 제가 생각하기에 글을 쓰고 싶은데 아직 뭔가 부족하다고 싶은 분들은 ‘쓰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독서량이 충분하지 못해서일 가능성도 있어요. 실제로 저는 한 달에 1~2권 정도 책을 읽는 사람이 작가 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답니다.”


요즘 책도 손에 잡히지 않아 생각 없이 영상들만 보고 있는데, 아픈 지적이었다. 내가 그동안 글을 못 쓴 건 부족한 독서량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어느 세월에 기본기를 닦을 수 있으려나. 아득하다.


글쓰기가 왜 예전 같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직 역량도 안 되는데 ‘잘 쓰고 싶다’는 조급함이 앞섰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쓸데없이 글에 힘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브런치북으로 엮을 만한 긴 호흡의 글만 염두에 두니, 내가 쓴 글이 마음에 차지 않는 날이 늘어갔다. 아무것도 쓰지 않는 날이 쌓여 갔다. 소소한 일상 속 이야기들이 흩어져 갔다. 깨달음을 주곤 했던 ‘찰나의 순간’들도 자연히 잊혀졌다.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다짐하려 한다. 올해 내가 제일 잘한 일은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한 일이니, 다시 그 루틴을 회복하자고.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으며, 누가 뭐라 해도 계속 써 나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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