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넘은 시각이었다. 갑자기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다는 브런치 알림이 뜬다. 뭐지?
한밤중에 “친딸 아니여~!” 글을 읽은 사람이 늘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다음 포털 ‘홈&쿠킹’ 코너에 내 글이 보였다. 오랜만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어떤 요양원에 모셔야 할까?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인테리어 팁도 아니고 맛난 음식 레시피도 아닌 글이 이틀 내내 위치를 바꿔가며 노출됐다. 며칠 뒤엔 ‘홈&쿠킹 인기 베스트 7’와 ‘브런치 인기 글’에까지 올랐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친딸’이 아니라는 엄마 말씀 그대로 제목을 달았는데, 어떤 사연인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잠 못 드는 사람이 많은 줄 처음 알았다. 밤새 1만을 찍고, 내 첫 글이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준 엄마에게 착한 치매가 찾아왔다를 가뿐히 추격하더니 누적조회수 5만을 훌쩍 넘기고야 말았다. 감사하게도 다른 글 조회수도 올라갔고, 소폭이지만 구독자도 늘었다. 몇 차례 포털에 잠깐 떴다 사라지는 경험은 했지만 이렇게 며칠간 걸려 있는 건 처음이었다. 조회수 알림이 1만까지는 천 단위로 알려주고, 1만이 넘으면 3만, 5만을 넘길 때 알려준다는 것도 새로 알았다. 한편으론 어, 나한테 왜 이래요? 다음 글 어떻게 쓰라고 부담을 주는 거예요? 이런 마음도 들었다. 비록 나만의 ‘3일 천하’였지만 행복했다.
사실 며칠 전, 아침마다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는 <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넋두리를 좀 했었다. 왜 사람들이 내 글을 안 읽을까? 브런치는 꾸준함이고 코로나에 걸리고야 말았다에 썼듯 “나에게 글쓰기란 중심 잡기다”라고 토닥였건만 힘이 빠졌다. 새로운 주제로 여행에세이도 쓰고 재밌는 일을 탐색 중이라고 끄적였지만 반응은 미미했다. 글의 성격에 따라 글쓰기 플랫폼을 이원화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다. 대체 내 글은 어디에서 만날 수 있는 걸까, 브런치의 새 글 홍수에서 흔적이나 남을까, 요즘 뜨는 주제로 쓰지 않아서 ‘라이킷’을 받지 못하는 걸까, 그렇담 내 글은 영원히 그 유행과 추세를 못 따라갈 텐데, 공감을 받지 못하는 글이라면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딱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이번 ‘해프닝’을 만났다. 덕분에 내가 글을 이어갈 수 있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받았다. 평소엔 ‘내가 글 쓰는 걸 알리지 말라’주의였는데 잠시 전략을 바꿨다. 멀리 있는 형제들에게도 알리고, 브런치를 잘 모르는 친구들한테도 광고했다. 그들은 내 글이 좋아서 포털 그 코너에 걸렸으리라 생각하는 듯했다.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와~ 축하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낯부끄럽지만 내가 끄적끄적 뭔가를 쓰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기에 그렇게라도 인정받고 싶었다. 브런치를 검색해 보면 ‘다음’에 뜨는 거 아무것도 아니다, 무슨 알고리즘인지는 모르겠다, 암튼 잘 쓴 글이어서 노출된 게 아니다, ‘제목빨’이다, 설레지만 곧 기운 빠짐을 느낄 것이다… 등등의 진단과 조언들이 있다. 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이다. 꼭꼭 잘 새겨둘 생각이다.
어젯밤 문득 설렜던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아직 글 올린 지 채 일주일이 안 됐지만, 쓸 이야기가 있어 간질간질한 느낌은 오랜만이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원래의 풍선 모양보다 살짝 부푼 모습이지만 한동안은 내버려 둘 생각이다.
어쩌다 제목 때문에 낚였지만(!) 다른 이야기도 궁금하네, 이렇게 관심을 보여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더불어, 슬럼프에 빠질 무렵 나를 구원해 준 이름 모를 브런치 관계자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