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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지 Mar 18. 2023

‘홈’도 ‘쿠킹’도 아닌 글이 왜 걸렸을까

‘친딸 아니여’ 글이 단박에 조회수 5만을 돌파하다

자정을 넘은 시각이었다. 갑자기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다는 브런치 알림이 뜬다. 뭐지?

한밤중에 “친딸 아니여~!”​  글을 읽은 사람이 늘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다음 포털 ‘홈&쿠킹’ 코너에 내 글이 보였다. 오랜만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어떤 요양원에 모셔야 할까?​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인테리어 팁도 아니고 맛난 음식 레시피도 아닌 글이 이틀 내내 위치를 바꿔가며 노출됐다. 며칠 뒤엔 ‘홈&쿠킹 인기 베스트 7’와 ‘브런치 인기 글’에까지 올랐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친딸’이 아니라는 엄마 말씀 그대로 제목을 달았는데, 어떤 사연인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잠 못 드는 사람이 많은 줄 처음 알았다. 밤새 1만을 찍고, 내 첫 글이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준 엄마에게 착한 치매가 찾아왔다를 가뿐히 추격하더니 누적조회수 5만을 훌쩍 넘기고야 말았다. 감사하게도 다른 글 조회수도 올라갔고, 소폭이지만 구독자도 늘었다. 몇 차례 포털에 잠깐 떴다 사라지는 경험은 했지만 이렇게 며칠간 걸려 있는 건 처음이었다. 조회수 알림이 1만까지는 천 단위로 알려주고, 1만이 넘으면 3만, 5만을 넘길 때 알려준다는 것도 새로 알았다. 한편으론 어, 나한테 왜 이래요? 다음 글 어떻게 쓰라고 부담을 주는 거예요? 이런 마음도 들었다. 비록 나만의 ‘3일 천하’였지만 행복했다.




사실 며칠 전, 아침마다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는 <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넋두리를 좀 했었다. 왜 사람들이 내 글을 안 읽을까? 브런치는 꾸준함이고 코로나에 걸리고야 말았다​에 썼듯 “나에게 글쓰기란 중심 잡기다”라고 토닥였건만 힘이 빠졌다. 새로운 주제로 여행에세이도 쓰고 재밌는 일을 탐색 중이라고 끄적였지만 반응은 미미했다. 글의 성격에 따라 글쓰기 플랫폼을 이원화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다. 대체 내 글은 어디에서 만날 수 있는 걸까, 브런치의 새 글 홍수에서 흔적이나 남을까, 요즘 뜨는 주제로 쓰지 않아서 ‘라이킷’을 받지 못하는 걸까, 그렇담 내 글은 영원히 그 유행과 추세를 못 따라갈 텐데, 공감을 받지 못하는 글이라면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딱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이번 ‘해프닝’을 만났다. 덕분에 내가 글을 이어갈 수 있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받았다. 평소엔 ‘내가 글 쓰는 걸 알리지 말라’주의였는데 잠시 전략을 바꿨다. 멀리 있는 형제들에게도 알리고, 브런치를 잘 모르는 친구들한테도 광고했다. 그들은 내 글이 좋아서 포털 그 코너에 걸렸으리라 생각하는 듯했다.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와~ 축하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낯부끄럽지만 내가 끄적끄적 뭔가를 쓰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기에 그렇게라도 인정받고 싶었다. 브런치를 검색해 보면 ‘다음’에 뜨는 거 아무것도 아니다, 무슨 알고리즘인지는 모르겠다, 암튼 잘 쓴 글이어서 노출된 게 아니다, ‘제목빨’이다, 설레지만 곧 기운 빠짐을 느낄 것이다… 등등의 진단과 조언들이 있다. 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이다. 꼭꼭 잘 새겨둘 생각이다.


어젯밤 문득 설렜던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아직 글 올린 지 채 일주일이 안 됐지만, 쓸 이야기가 있어 간질간질한 느낌은 오랜만이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원래의 풍선 모양보다 살짝 부푼 모습이지만 한동안은 내버려 둘 생각이다.

어쩌다 제목 때문에 낚였지만(!) 다른 이야기도 궁금하네, 이렇게 관심을 보여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더불어, 슬럼프에 빠질 무렵 나를 구원해 준 이름 모를 브런치 관계자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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