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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지 Apr 25. 2023

슬픔의 시간들을 녹인 나의 첫 브런치북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 오르다

4월 첫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조회수가 높다 싶었는데 메인 페이지에 들어가 보고서야 그 까닭을 알았다. 세상에, 내 첫 브런치북  엄마에게 착한 치매가 찾아왔다​가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 오르다니. 10위권 글에서 ‘더보기’를 클릭하니 끄트머리에 빨간색 NEW가 붙은 내 글이 보인다. 19위에 살짝 걸려 있다.  


내가 이렇게 순위에 집착한 적이 있던가. 일 아침 업데이트되는 <요즘 뜨는 브런치북>을 보며 맘을 졸였다. 그야말로 요즘 뜨는 소재도 아닌데, 제목만 봐도 슬픈 내 글을 사람들이 읽어줄까 싶었다. 순위가 오를 땐 더 이상 못 올라갈 것 같아서, 조금씩 밀려날 땐 20위권 밖으로 금방 사라질 것 같아서 조바심을 냈다. 그러나 놀랍게도 내가 발견한 그날부터 무려 22일간 내 글이 메인페이지에 둥둥 떠 있었다.


브런치는 나를 설레게 했다.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다. 첫 글을 쓴 지 8개월 만이었다. 내게 글을 쓰라고, 브런치를 시작하라고 권했던 딸에게 네 덕분이라고, 처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매일 설렜던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19위에서 5위까지 올랐다가 한 계단씩 내려가던 날들을 기록해 두었다. 독자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브런치북 ‘인사이트 리포트’를 캡처하고, <완독률 높은 브런치북>에 오른 순간도 저장했다.


그러나 기쁜 일슬픈 일이 자리다툼하듯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엄마가 요양원에서 낙상하셨고 입원해서 큰 수술을 받으셔야 했다. 브런치에서 주목받은 건, 앞으로 닥칠 힘든 일을 견딜 한 자락 위로의 선물이었을까.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허둥대지 말라고 던져준 구명보트 같은 것이었을까.


브런치 메인에 떠 있는 동안 행복했다. 포털 DAUM에 하루이틀 노출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포털처럼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았지만, 내 글을 정성껏 읽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밤새 열여덟 편의 글을 모두 읽었다고,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지하철에서 읽다 눈물이 흘렀다고, 할머니를 모시는 엄마 생각이 났다고, 시간 내서 엄마를 만나고 와야겠다고, 자주 전화라도 해야겠다고, 엄마가 외롭지 않으신지 살펴야겠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더불어 내게 힘내라고, 응원다고, 슬퍼하지 말라고…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라이킷을 누르고 내 글을 구독하며 지지해 주는 독자가 생겼다. 말할 수 없이 감사한 순간들이었다.

  


 

퇴직을 준비하면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 능력을 총동원해, 없는 능력까지 쥐어 짜내며 해냈던 일은 빈 껍데기 같은 나를 남겼다. 나를 찾는 게 우선이었므로 ‘다음 일’ 같은 건 준비하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무 일도 없던 내게 ‘가족 돌봄’의 역할이 주어졌다. <엄마에게 착한 치매가 찾아왔다>는 슬픔의 시간들을 녹인 글이다. 그리고 그 슬픔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 작은 돌멩이라도 하나 툭 떨어지면 언제라도 흘러넘칠 기세다.


나는 엄마의 이부동생에게 엄마의 낙상 소식을 전하지 못한다. 엄마를 요양원에 모셨다는 말에, 나를 질타한 그 말들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다시 죄책감이 밀려온다. 다시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서 오늘도 글을 쓴다. 누구보다 강인했던 엄마의 삶을 돌아보며 다시 힘을 내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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