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목사가 될 수 없었던 이유

한계가 안내해준 또다른 길

by 작은인간

“어떤 꿈이 있으세요?”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나눈 대화였다. 누군가는 자신만의 상담 센터를 꾸리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곳을 카페와 공유 공간으로도 활용해서 사람들이 편히 쉬다 가는 곳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이는 독립서점과 작은 LP바를 열어 그 공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노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구체적인 계획과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듣고 있던 나는 한편으로는 감탄하면서도, 속으로 초조함이 밀려왔다. 드디어 차례가 돌아왔고 자신 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전 그게 사실은…”


말끝을 흐리며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다는둥, 삶의 목적은 있지만 목표는 없다는 식으로 둘러대듯 말을 이어갔다. 겉으로는 있어 보이는 말처럼 들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불안과 혼란을 숨기기 위한 방어였다. 내가 전한 꿈은 구체적이지 않았고, 계획도 없었기에 누군가에게는 별 거 아닌듯 보일까봐 불안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내 꿈이 여전히 꿈으로서 유효하다고 믿는다. 그것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한때는 분명한 꿈이 있었다. 나는 20대 중반, 목사가 되기를 꿈꿨다. 그래서 원래 가려 했던 상담대학원 대신 신학대학원으로 진학했다. 나와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교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사랑과 존중 속에서 어우러지는 공동체를 이루는 일. 그것은 단순한 직업 이상의 의미였다. 나의 초라하고 지난했던 삶이 의미를 되찾는 최상의 보상처럼 느껴졌다. 그 꿈을 품고 있던 시절, 나는 그저 그 길을 걸어가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현실은 나의 꿈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장애를 가진 나는 교회 안에서 목회자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손과 발을 자유로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한계가 이리도 나의 꿈을 가로 막을지 꿈에도 몰랐다. 내가 가진 한계가 꿈의 장벽이 된다는 사실은 나를 무척이나 서럽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분노가 치밀었다. 내가 드린 시간과 헌신이 부정당한 것 같았고, 심지어 하나님에게까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왜 내겐 이토록 야속하신지, 왜 날 불러다 놓고 쓰시지 않는지 묻고 또 물었다. 그야말로 고난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 고난은 나에게 더 소중한 것을 알게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나는 좌절 속에서 다시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나는 목사가 되고 싶었을까?” 그리고 그 질문 끝에서 마주한 답은 허무할정도로 단순했다. 내가 꿈꿔야할 것은 목사라는 직함이나 자리가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소중한 가치는, 내 주위 사람들과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이었다. 목사도 결국 이 일을 위한 것인데 그걸 놓치고 있었다. 그 깨달음 이후, 나는 꿈을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게 됐다.


KakaoTalk_20250215_005213110.jpg 그래도 가끔 불러주시는 곳에 설교를 전하러 가곤 한다. 그럴 때면 여전히 이 일에 가슴이 뛰긴 하는 것 같다.


지금 나는 목사라는 직함이 아닌 동료상담가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 나와 같은 동료인 장애인분들을 만나는 직업이다. 그들이 누군가에 의해 잃어버린 자기 신뢰를 회복하도록 돕는 일은 내가 현재 가장 의미 있게 여기는 일이다. 그들은 각자의 상처와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세상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법을 익힌다. 그 길을 함께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내가 품었던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가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동시에 나는 장애인 인권을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 장애가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말하고 움직이는 일이다. 이 활동은 단순히 나의 직업이 아니라, 나의 삶의 연장선이다. 목사가 되지 못했기에 나는 오히려 교회라는 공간을 넘어 더 넓은 세상 속에서 내가 꿈꿨던 공동체의 이상을 실현해 가고 있다. 지금 내가 꾸고 있는 꿈은 더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


KakaoTalk_20250215_010241636.jpg 작년에는 투쟁 현장에 정말 많이 다녔었다. 활동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했던 한 해였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세상은 여전히 장애인들에게 높은 벽을 세운다. 하지만 나는 그 벽을 볼 때마다 그것이 단지 장벽이 아니라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라고 믿으려 한다. 나는 매일 묻는다. “하나님, 내가 어디에서 사랑을 전해야 할까요? 누구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늘 같은 곳에서 돌아온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들이 바로 내가 사랑하고 섬겨야 할 대상이다. 내 손이 비록 그들에게 닿지 못하더라도 내 마음은 항상 그들과 함께한다.


내 삶은 한계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한계는 나를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내가 나아갈 또 다른 길임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나는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꿈을 만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축복이며 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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