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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루이스 Jan 01. 2020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것들 1.

카페문화로 보는 우리의 생각 습관

카페문화

카페에 가서 돈을 내면 커피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커피만 받는 것이 아닙니다. 그 외에도 카페의 음악, 커피의 향기, 안락한 의자, 독특한 인테리어, 심지어 직원의 친절한 대우까지, 우리는 카페에서 돈을 내고 아주 많은 것을 받을 수 있지요. 이렇게 주고받는 행위와 그 안에서 누리는 모든 것을 통틀어 ‘문화’라 말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카페문화’라 할 수 있겠지요. 그렇게 우리는 카페를 갈 때 좋은 카페문화를 지닌 곳을 찾아갑니다. 좋은 카페문화라 함은 우선 커피가 맛있어야 할 것이고, 내 취향에 맞는 BGM을 깔아줘야 할 것이며, 독특하고 예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어 사진 남기기에도 좋아야겠지요. 거기에 더해 직원까지 친절하다면 우리는 그곳을 좋은 카페라 부릅니다. 동의하시지요? 그럼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봅시다.    



좋은 카페를 간다면, 그곳의 좋은 카페문화 (맛있는 커피, 친절한 직원, 예쁜 인테리어 등) 로 우리의 기분은 한껏 좋아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에 이곳에 또 오겠다는 생각을 하지요. 새로운 누군가와 함께 그 카페를 공유하거나, 혼자 와서 카페 문화를 실컷 누려보겠다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이때 우리 안에 생겨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대감’입니다. 이번에 좋았으니 다음번에도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 말이지요. 그렇게 우리는 기대감을 품고 또 다시 그 카페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예전에 좋았던 카페문화를 누리며 다시금 만족감을 느낍니다. 이런 경험을 두세 번 하다 보면 점점 익숙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새로웠지만, 반복된 경험을 통해 카페의 모든 문화가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지요.   


당연한 게 아니었어

고객에게 좋은 카페문화가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단계, 이 단계는 어떻게 보면 점장 입장에서는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좋은 카페문화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칫 고객들의 취향에 맞지 않는 음악을 틀 수 있고, 큰 소리로 대화하는 몇몇의 고객들로 카페가 소란스러워질 수도 있으며, 커피를 태워 카페에서 연기와 탄내가 진동할 수도 있고, 개인적인 일로 기분이 좋지 못한 직원이 고객들에게 불친절하게 응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그와 동시에 그 요소들이 한 순간 좋은 방향으로 하모니를 이뤄야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여기는 좋은 카페문화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요소들 중에서 단 하나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어떻게 될까요?      




불쾌감의 매커니즘

만약 우리가 좋은 카페문화를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기고 있다면, 카페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는 우리의 기분을 언짢게 할 것입니다. 재즈를 듣고 싶은데 댄스곡이 나온다면, 옆 사람의 큰 목소리 때문에 대화에 방해를 받는다면, 커피가 평소 먹던 맛보다 훨씬 맛이 없다면, 카페에서 냄새가 난다면, 늘 친절했던 직원이 갑자기 차갑게 대한다면, 우리는 불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여기서 잠깐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단지 시끄러움 때문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대학축제만 봐도 그렇지요. 시끄러워도 불쾌하기커녕 즐겁기만 합니다. 또 단지 커피가 맛없기 때문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만약 썸타던 상대와 카페에서 떨리는 첫 데이트를 하거나, 반대로 카페에 홀로 있는데 그곳에서 평소 애정하던 연예인을 보게 된다면, 커피 맛이 아무리 이상하더라도 우리의 관심은 커피에 없을 것입니다. 불쾌감 또한 없겠지요. 또 단지 직원이 차갑게 대했기 때문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2년 전 유럽여행을 갔을 때였습니다. 저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카페들을 쏘다녔습니다. 여러 카페를 다니면서 느꼈던 것은, 직원들이 한국처럼 붙임성 있게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표정, 목소리 톤까지 제게는 ‘사무적인 말투’로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새롭게 접해보는 서비스 문화라 당황했지만, 저는 그것에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나중에는 손님에게 그다지 정서적 에너지를 쏟기보다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카페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좋은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 때문에 불쾌감을 느꼈던 것일까요? 저는 그 핵심열쇠가 앞서 말한 좋은 카페문화를 ‘자연스럽게’ 여기는 마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카페문화를 접하면서 발생한 기대감은 매번 충족되며 익숙한 것이 되었고, 그 익숙함은 시간이 지나며 좋은 카페문화를 타인으로부터 ‘받는’ 것이 아닌, 애초부터 내게 ‘주어진’ 것으로 탈바꿈시키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내게 주어졌다고 생각되는 것은 내가 마땅히 누려야만 하는 ‘권리’로 여겨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지요. 사실 좋은 카페문화는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것을 자연스럽게 누리며 이제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사람들에게는 그런 노력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됩니다. 다만 내가 응당 누려야 하지만 누리지 못하는 것들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지요.



사진1 - Pixabay로부터 입수된 Free-Photos님의 이미지 입니다.

사진2 - Pixabay로부터 입수된 Free-Photos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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