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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루이스 Jan 01. 2020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것들 2.

다르게 바라보는 일상

1장에서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좋은 카페문화가 사실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좋은 카페문화는 여러 사람의 노력과 다양한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야 가능한 것이었지요. 하지만 좋은 카페문화를 익숙하게 여기며 그것이 당연한 것이 되고, 또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노력보다 자신이 누려야 하는 ‘권리’가 눈에 더 들어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돈이면 만사형통?

혹자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돈을 냈는데,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 아닌가”하고 말입니다. 이 질문과 비슷한 맥락의 말은 여러 사람에게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돈 없으면 가세요”, “돈 냈잖아요”와 같은 말들 말이지요. 앞선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말 속에는 마치 “돈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을 품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돈으로 해결을 보려는 그 자세에는 “돈은 거래수단이다”는 의미 또한 무의식중에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 말인즉슨, 상호간에 돈으로 거래한다는 약속이 없다면, 돈은 아무런 가치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저는 지금 돈이 가치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돈의 가치는 어마무시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저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돈의 가치를 다루려면 책 한두 권으로는 절대 부족할 것입니다. 다만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돈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  자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러분과, 저와, 우리 사회가 돈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경제논리든 사회적 환경적 논리든 돈의 가치를 설명할 방법은 여러 가지며, 돈은 스스로 가치증명을 해낼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누군가의 의식이 있어야 돈의 가치가 발생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앞선 주장을 끌어와 봅시다. “돈을 냈는데,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 아닌가”는 말은, 돈의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다는 명제 아래 참이 될 수 없습니다. 점장이나 직원들이 돈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지, 돈이 스스로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약 점장이나 직원이 그 어떤 것보다 카페의 조용한 분위기, 장인정신으로 천천히 커피를 내리는 일, 고객과의 진중한 교제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돈 많이 내겠다며 제대로 서비스하라고 소란피우는 손님은 별로 상종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당연하지 않은 것들

결국 좋은 카페문화는 당연한 것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결론에 다시금 도달했습니다. 허나 당연하지 않은 것은 카페문화 뿐만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우리의 관점을 새롭게 하기위한 도구로서 카페문화를 예로 든 것이지만, 사실 제가 정말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당연하지 않음에도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것들이 많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누가 부모님의 사랑을 당연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물론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는 그 아기를 잘 보살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따릅니다. 적어도 우리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요. 외부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부모는 아기를 위해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남들이 볼 때 의무와 책임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인내와 헌신입니다. (물론 이 말은 실제로 인내와 헌신을 행동으로 이행하는 사람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아기가 먹고, 자고, 웃고, 울며 행복하게 성장하는 시간이 예전에는 엄마아빠의 여가시간, 친구를 만나는 시간, 쉬는 시간, 생업에 종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행복한 아기, 행복한 가정은 참 이상적이지만 그것은 결코 당연히 생겨나는 것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사회 곳곳에는 각종 문화, 관계, 복지, 교육, 맛집, 기술, 의료, 교통, 숙박시설 등등등.. 실은 당연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당연히 여겨지는 것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위의 글을 통해 저와 여러분의 관점이 아주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누렸던 것들 속에서 누군가의 노력이 흐릿하게나마 보인다면 이미 큰 변화가 시작됐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ps. 위의 글은 좋은 것을 당연히 여기는 스토리를 예시로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어떤 상황이라도 감사히 여기며 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말라는 의미로 들렸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추신을 답니다. 특정 상황을 당연히 여기지 않는 관점은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당연히 여기는 것이 좋은 상황이든 나쁜 상황이든 문제를 덮어두는 관점에 속하지요. 당연히 여기지 않음은 어떤 상황이든 그 상황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줍니다. 따라서 문제가 있는 상황 또한 자신의 입장에만 맞춰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공동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 또한 겸비할 수 있게 해주지요. 그래서 문제를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3, 4, 5 장을 통해 다루겠습니다.



<<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것들" 시리즈는 아직 완료되지 못했습니다. 3화 부터 완결까지는 내러티브가 중요하기 때문에, 3화와 그 이후 시리즈는 글이 완결 되면 올리겠습니다.>>



사진1 - Pixabay로부터 입수된 Pete Linforth님의 이미지 입니다.

사진2 - Pixabay로부터 입수된 kdbcms님의 이미지 입니다.

사진3 - Pixabay로부터 입수된 Free-Photos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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