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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루이스 Feb 13. 2020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것들 3.

생각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

지난 1장과 2장에서는 당연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당연시 하는 것들이 많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3장에서는 1,2장을 통해 만들어진 '이제는 그 어떤 것도 당연하게 바라보지 않는 관점'으로 사람 간의 생각차이에 대해서 다뤄보려 합니다. 3장의 내러티브가 1,2장과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3장을 이해하기 위해 굳이 1,2장을 읽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장을 읽고 싶으신 분이 계실까봐 링크를 남깁니다.  


1장 - https://brunch.co.kr/@littlelewis/11

2장 - https://brunch.co.kr/@littlelewis/12     


문제제기

이번 장에서는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와 그것을 마주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다루고자 합니다. 같이 시작해보실까요.     

 


머릿속에 작고 아름다운 시골마을을 한 번 떠올려 봅시다. 그 마을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 마을 ‘샤이어’ 같기도 하고,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자연 가득한 마을을 닮기도 했습니다. 마을은 아주 오래 됐으며, 도시와는 거리가 멀어 가려면 며칠 밤낮을 걸어야 합니다. 높고 푸른 언덕 밑에 위치한 마을에는 개성 있게 예쁘고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집들 주변에는 꽃과 풀과 나무가 가득하고, 옆에는 마을 사람들의 생명 줄과 같은 계곡물이 잔잔한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지요. 그 마을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잠시 그 아름다움을 상상해봅시다.  


이번에는 마을 사람들을 떠올려 봅시다. 마을 사람들은 사이가 좋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 이름을 알고 있으며, 어떤 집에 경사가 낫는지, 우환이 있는 집은 없는지 같이 공유하며 기쁜 일은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은 함께 슬퍼합니다. 가축을 잡으면 잔치를 열어 이웃들과 나눠 먹고, 농사든 가축을 돌보는 일이든 서로 도와주고 또 도움을 받습니다. 마을에 음식이 항상 풍족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있는 집에서 음식이 부족한 집을 도와주기에 그 어떤 가정도 결코 끼니를 굶는 일은 없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 돕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마을 사람들의 관계에 위협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마을에는 큰 언덕이 두 개 있습니다. 한 언덕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언덕입니다. 그 언덕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좋은 위치에 있으며, 푸른 잔디와 예쁜 꽃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마을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언덕이었습니다. 나무가 울창해 시야가 가려졌고, 마을의 농작물을 망치는 산짐승이 거주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 두 번째 언덕에서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외부인

어느 날, 멋진 양복을 입은 한 신사가 와서는 마을 한 가운데서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세계를 돌아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아름다운 도시 또한 보았습니다. 이곳을 모두가 살고 싶어 하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마을이 되게 하겠습니다. 저기 숲이 우거진 언덕에 화려한 리조트를 지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리조트가 이곳의 랜드마크가 될 것입니다. 다른 도시,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도 이곳에 방문하려 할 것입니다. 부자들과 귀족들까지 올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해질 것입니다. 마을의 길은 넓어질 것이고, 학교도 새롭게 세워지고, 여러분의 집은 크고 화려해지며 식탁은 세계 각지의 특산품으로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


신사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온 마을에 퍼졌습니다. 마을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신사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온통 리조트 얘기뿐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나도록 수근거림이 잦아들지 않자, 장로는 마을 회의를 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한 자리에 모여 이 문제에 대해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의견은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리조트를 짓도록 허락하자는 주장,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위의 두 주장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건축허가를 찬성하는 측의 이유는 리조트를 건설하면 마을이 지금보다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을의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 함께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갈 수도 있고, 소문으로만 들었던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재정상황이 어려운 가정들이 더 이상 타인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할 수 있다는 내용의 주장이었지요. 언덕의 숲이 없어지면 산짐승도 사라져 농작물의 피해도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건축허가를 반대하는 측은 숲 또한 마을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각종 약초를 채집할 수 있고, 약초로 병자를 치료할 수 있으며, 숲이 우거진 언덕이 마을 뒤에 붙어있어 태풍과 같은 재난으로부터 마을은 보호받을 수 있었고, 숲에는 짐승도 있지만 노루와 다람쥐와 산새들 등의 해를 끼치지 않는 동물들도 있기 때문에 그들의 터전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또한 현재 마을이 풍요롭지는 않더라도 굶는 사람 없이 모두가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데, 굳이 외부인의 출입을 허가해 마을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오랜 시간 토론이 진행됐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회의에도, 또 그 다음 회의에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양측의 주장은 확고했기 때문입니다. 중간지대는 없었습니다. 리조트를 절반만 짓자는 주장도 없었고, 숲을 절반만 보호하자는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매번 합일점을 찾지 못했지만, 언성이 높아지거나 다툼이 있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들은 진지한 토론을 벌이다가도 회의가 끝나면 한데 어울려 음식을 해먹고, 삼삼오오 돌아가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허나, 마을 사람들의 돈독한 관계는 결국 틀어지고 말았는데요. 왜 이렇게 됐는지는 4장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생각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마을 사람들의 주장은 건축허가 찬성과 반대, 이렇게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을 어쩌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일까요?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찬성 측의 대표 A와 반대 측의 대표 B를 끌어와 보겠습니다. 사건 발생 30년 전으로 돌아가 그들의 인생 스토리를 살펴보며 이야기를 진행하지요.   



A의 스토리

A는 마을에서 제일 잘 사는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재산이 많았던 A의 부모님은 가난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덕망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A는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도 A를 사랑으로 대하셨지요. 집에 음식이 부족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흘러넘쳐서 마을사람들을 데려다가 잔치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A는 굶주림이란 무엇인지 몰랐으며, 양질의 교육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부모님은 도시에서 내려온 선생님을 가정교사로 채용하여 A의 교육을 담당하게 했습니다. 선생님은 도시의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A는 선생님으로부터 도시의 각종 활기차고 낭만적인 이야기들을 듣게 됩니다. A는 그렇게 어려서부터 도시의 삶을 동경하게 됩니다.  


성인이 되자 A는 부모님께 유학을 허락해 달라고 간청합니다. 자녀의 뜻을 존중했던 부모님은 A의 유학을 지지했고, A는 미국의 뉴욕으로 향하게 됩니다. 세계의 금융메카 뉴욕은 순식간에 A를 매료시켰고, A는 그곳에 살면서 도시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높은 빌딩, 분주하게 움직이는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듯 하는 사람들, 세계의 각종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까지, 밤늦도록 불빛이 사라지지 않는 뉴욕은 A의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렇게 도시에서 수년을 지내며 학업을 마칠 때 즈음, 그는 고민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데, 도시를 떠나기가 못내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을 미국으로 모시고 싶지만,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신경 쓰는 부모님은 결코 그곳을 떠나려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A는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A는 결심합니다.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을 지금보다 더 활기찬 곳으로 만들어보겠다고 말입니다. 뉴욕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편리한 시설이 많아지며, 경제가 활성화되는 마을을 만들겠다고 말이지요. 그는 그렇게 마을로 돌아와 도시 전도사가 됩니다.  


B의 스토리

B의 집안은 A의 집안만큼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어려울 때면 마을 사람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끼니를 굶는 일은 없었지만, 다른 환경은 썩 좋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집에는 방이 몇 개 없어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방을 썼고, 엄마와 여동생들은 부엌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여름은 그럭저럭 지낼만했지만, 추운 겨울이 되면 부족한 땔감을 구해오느라 가족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어려웠던 집안사정에 B는 학교에 다닐 수 없었습니다. 다른 마을에 있는 학교에 다녀올 시간에 남의 논과 밭을 일궈 돈을 받거나, 산에서 나무를 패거나, 약초를 캐다가 시장에 파는 것이 집안에 더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B가 불행했던 것은 아닙니다. B에게는 가족과 끈끈한 유대를 지닌 마을사람들이 있었으며, 자연이라는 거대한 학습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B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산과 강, 숲을 쏘다니며 이것저것 냄새 맡고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B는 그의 선생님이라 할 수 있는 할아버지와 그의 학교라 할 수 있는 자연 가운데서 시간을 보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자연이 있기에 자신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씨를 뿌리고 결실을 얻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또 그것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도 있어야 한다는 것, 논일이든 밭일이든 어떤 일이든 그것을 위한 완벽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적절한 시기가 되면 미루지 않고 바로 해야 한다는 것, 식물이든 동물이든 생명을 함부로 헤쳐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생명들의 희생으로 자신과 마을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까지, B는 온갖 삶의 지혜를 자연에서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B에게 가치 없는 자연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삶의 가치 또한 자연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그렇게 B는 마을과 자연의 필연적인 공존의 필요성을 주장하게 됩니다.  


정리 - 입장은 달랐을 수도 있다.

A가 자라온 환경은 도시가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지니도록 만들었고, B가 자라온 환경은 자연이 곧 사람이며 자연은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었습니다. 그 외에 제가 이야기 하지 못한 A와 B에게 영향을 끼친 수많은 요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들이 A의 견해를, B의 견해를 구성한 것이지요. 만약 A와 B의 입장이 서로 바뀌어 A가 B의 환경을 지니고 있고, B가 A의 환경을 지니게 된다면 그들의 주장이 엇갈리게 되었을지 어찌 됐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서로간의 주장이 엇갈림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 사이에 다툼이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들이 서로 같은 '가치'를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주장을 있게 하는 그 근간, 그 기초는 '마을의 안녕'이라는 공동된 가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이 탁월해보일지라도 그것이 마을의 질서나 이웃과의 관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오는 듯 보이면 과감히 버릴 줄 도 알았던 것이지요.


다음 4장에서는 이런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갈라서게 되었는지에 대해 나누겠습니다.



사진1 - Pixabay로부터 입수된 nonmisvegliate님의 이미지 입니다. 

사진2 - Pixabay로부터 입수된 VintageSnipsAndClips님의 이미지 입니다. 

사진3 - Pixabay로부터 입수된 【微博/微信】愚木混株 【Instagram】cdd20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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