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나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
어려서부터 그래왔다.
내게 감정이란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껴야만 하는 것’이었다.
내가 흥에 못 이겨 깡충깡충 뛰어다닐 때면
까불지 말라며 혼이 났고
슬픔에 잠겨 눈물을 흘릴 때면
울지 말라며 혼이 났다
아버지는 우리 집이 망할 거라며
내게 불안한 미래를 상상하게 했고
어머니는 잘못하면 매를 들 거라며
나의 자연스런 모습들을 억압해왔다.
그래서 나는 외면적으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으나
속은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불안이 들끓고 있었다.
사람은 각 상황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나 역시 인간이게 다양한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즐거운 일에 기뻐할 수 없었고
한적한 들판에 앉아 있을 때도 평온할 수 없었다.
느껴지는 감정이 아니라 느껴야만 하는 불안이
완전히 내재화 되어 나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불안을 혐오하면서도
그 생각을 깰 수 없었던 이유는
모든 가치와 관념을 들고 싸워도 절대로 부술 수 없는
절대적 공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 절대적 공포는 나의 내면의 왕좌를 찬탈하고
신으로 내게 군림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