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

누구나 다르게 느낄 수 있는

by 리틀루이스

나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

어려서부터 그래왔다.


내게 감정이란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껴야만 하는 것’이었다.


내가 흥에 못 이겨 깡충깡충 뛰어다닐 때면

까불지 말라며 혼이 났고


슬픔에 잠겨 눈물을 흘릴 때면

울지 말라며 혼이 났다


아버지는 우리 집이 망할 거라며

내게 불안한 미래를 상상하게 했고


어머니는 잘못하면 매를 들 거라며

나의 자연스런 모습들을 억압해왔다.


그래서 나는 외면적으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으나

속은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불안이 들끓고 있었다.


사람은 각 상황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나 역시 인간이게 다양한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즐거운 일에 기뻐할 수 없었고

한적한 들판에 앉아 있을 때도 평온할 수 없었다.


느껴지는 감정이 아니라 느껴야만 하는 불안이

완전히 내재화 되어 나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불안을 혐오하면서도

그 생각을 깰 수 없었던 이유는

모든 가치와 관념을 들고 싸워도 절대로 부술 수 없는


절대적 공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 절대적 공포는 나의 내면의 왕좌를 찬탈하고

신으로 내게 군림해 있었다.

이전 02화공황은 불안의 꽃다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