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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루이스 Aug 20. 2022

人間

돌 하나만 더 얹혔다면 무너져 내렸을

무기력과 절망의 순간에 그는 자신을

위로해줄 사람 하나 찾지 못하였다


돈이라도 있다면 다른 곳에 시선을

돌려 볼 수도 있었을 텐데 혹은

권위나 지식이라도 있었더라면


기댈만한 자리를 마련해보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그에게는 아무것도

그를 감싼 거적때기 말곤 없었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던 그는

거리로 나섰다. 거리에는 그처럼


그보다 더한 처지에 처한 사람들이

도움을 갈구하거나 도움 받는 것에

익숙해진 나약한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한 그는, 거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따듯한 물과 배급소에서 받은 식사를

나누어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가운데 그는 삶의 가치를 찾은 것도

목적이나 방향을 붙잡은 것도 아니었다

어딘가 붙어 있을 곳에 붙어있던 거다


그는 부랑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아니다

그들의 눈 속에 비춰진 자기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울고 있을 따름이었다


부랑자들은 자기 삶을 그에게 쏟아놓는다

그의 음울한 표정 따윈 안중에도 없다

그는 마음속으로 울고 있을 따름이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던 그는

어딘가 붙어 있을 곳이 필요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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