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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루이스 Aug 22. 2022

부서진 자의 소망

깨진 유리구슬을 꿸 수 없는 것처럼

상처에 찢긴 나의 마음들은

하찮은 삶으로도 맺어지지 못하였다


내게는 일상이란 게 없었고

사건의 편린들이 부유물로 뒤섞인

수렁 깊은 곳에 잠겨 있을 뿐이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이해되지 않는 사람

알 수 없는 아픔으로 가득한 사람

겁먹고 도망치고 숨는 사람


바깥은 언제든 망신당할 수 있는 곳

집안은 언제든 피멍들 수 있는 곳

내 몸은 날 가둔 관


고통뿐, 오직 지긋지긋한 고통뿐

심장이 경직되고 장기가 뒤틀리며

온몸을 뾰족뾰족 찌르는 염증과 설움뿐


왜 계속 살아야만 하는가

왜 계속 살지 않아야만 하는가

수천 번 되뇌어보아도 답은 없다     


물이 목까지 차오름이 호흡의 이유가 아니듯

고통은 스스로 삶의 답이 되지 못했다

답이 없는 나는 살지도 죽지도 못하였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뒤섞인 어둠이었던,

대기를 뚫고 쏟아진 빛줄기가


탁자 귀퉁이를 흘러 손바닥 아래로 잉크를 남기는,

망상의 조각들과 기억의 옷자락마저 놓은 채

시간 위로 펼쳐진 그물에 붙잡히는


그래, 나는 이 찰나의 순간만 자유 할 수 있다

그 옛날 고통을 굴복시켰던 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 또한 시공간을 꿰뚫는 아름다움을 양식으로 집어먹고     


천 분의 일초의 섬광으로만 현재를 인식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그대로의 모든 實在(실재)를 경탄으로 바라본 것처럼

시간의 주인으로부터 오직 이 순간만을 빌려와


과거와 미래에서 벗어난 頃刻(경각)의 몰입으로

시를 쓴다 허영 없이 울적함 없이.

그대 또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늘이 빚어지는 경이로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게

내가 보고 있는 이 아름다움을 그대 또한 보며

‘삶은 어찌 이렇게 아름다울까’ 읊조릴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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