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이 답인 것들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것들>> 시리즈에서는 실제로 당연하지 않지만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것들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앞선 글을 통해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길 때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이기적이게 될 수 있는지,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히 여기는 마음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 민족우월주의, 인종차별, 노예제도 등의 이슈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님을 알도록 -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지요. 또한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은 타인에 대한 감사와 사회구조에 대한 열린 시선을 갖게 합니다.
오늘은 그 반대로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여겨지지 않는 것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그것은 바로 ‘부족함’입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사회나 가족과 같은 집단에서 발생하는 ‘결핍’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부족함이란 우리가 일상을 살고 사회활동을 하면서 신경 쓰게 되는 ‘개인의 약점’을 뜻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약점이라 여겨지는 것은 대부분이 상대적인 것 입니다. <<나다운 나>> 4편에서 말씀드린바, 우리는 늘 타인과 자신을 비교합니다. 그리고 그 비교되는 것들은 누구나 다 똑같이 가지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 서로 다르게 가지고 있으며 비교할 수 있도록 잘 보이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심장의 생김새와 같이 비교 불가능한 것이 약점이 되기보단 상대성을 지니고 있는 외모, 성격, 사회적 배경 등이 비교 가능한 것이 되고 또 약점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저의 예시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부터 저를 신경 쓰게 만들었던 저의 약점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평균에 못 미치는 키, 홍조로 인한 붉은 피부, 늘어진 모공, 돌출입, 짝짝이 눈썹과 짝짝이 눈, 부족한 상식과 교양, 말을 더듬기도 하며 그로 인해 말을 잘 못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몇 가지라 하기에는 정말 많네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앞선 약점들이 얼마나 신경 쓰였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이 있습니다. 저와 같은 약점을 지녔지만 저보다 더 심한 상태에 있는 사람과 있을 때는 저의 약점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나보다 키가 작거나, 나보다 얼굴이 더 빨갛거나, 피부 트러블이 심하거나, 얼굴이 비대칭이거나, 말을 심하게 더듬는 친구들과 있을 때면 마음이 편했습니다. 저의 약점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들과 있을 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말이지요. 왜 그럴까요? 약점은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부족하다 느끼는 것은 그것이 자연법칙이나 수학공식처럼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기준은 남이 정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나 자신’이 정하는 것입니다.
근래 들어 나타난 현상 중에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개인주의를 지향하면서도 타인의 눈치를 신경 쓰는 것입니다. 사실 이 둘의 개념은 정반대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사고와 삶의 방식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갈등이 당연히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럴 때 타인의 생각 또한 수렴할 줄 알아야 사회 안에서 건강하고 균형 잡힌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타인의 생각을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스스로의 삶의 가치와 주관을 타인에게 맡겨버린 채 타인 의존적으로 살고 있으면서, 동시에 타인의 간섭을 요하지 않는 개인주의를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모순입니다. 내면에 스파크가 일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 자신이 약점이라 여기는 것들을 누군가 지적한다면, 우리는 수치를 느끼고 그로 인한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의 부족함을 숨기려 하거나, 그 약점이 과하게 신경 쓰인 나머지 사람을 만나는 것을 회피하게 되지요. 때로는 돈이나 시간을 투자하여 약점을 보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우리가 우리의 부족함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잘 숨겼다 한들, 아무리 보완했다 한들 그것을 신경 쓰는 일을 멈추지 못하는 것입니다. 내 약점이 들통나는 것은 아닌지, 약점을 보완했지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또 그 보완된 약점이 사람들에게 멋지게 보이지 않으면 어떡할지 등의 걱정을 하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신경 쓰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미 자신 스스로(또는 타인의 말을 들어) 그것을 약점이라 정해놓고 거기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약점을 강점이라 칭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약점으로 여겨지는 것이 있다면, 또는 타인이 약점이라 지적하는 것이 있다면 ‘아, 그렇구나’ 하고 넘겨버리고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사실 강점(*장점)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에게 타인보다 잘나거나 더 가진 것이 있을 때, 그것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무기로 삼는다면, 그것은 약점과 다를 바 없습니다. 교만했던 그는 머지않아 스스로 자신이 정한 강점의 노예로 살았다는 것을, 강점이 더 이상 강점이 되지 못하는 날을 맞이하며 깨닫게 될 것입니다.(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부족함은 당연한 것입니다. 온 세계를 통틀어 모든 영역에서 완벽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약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그것은 본래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기고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앞에 놓인 일들을 해내면 됩니다. 그것이 일이라면 일을 하고, 휴식이라면 휴식을 하며, 즐거움을 누리는 일이라면 즐거움을 누리고, 슬픈 일과 어려운 일을 마주한 상황이라면 슬퍼하고 어려워하며, 삶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요소를 충분이 누리고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을 많이 봐왔습니다. 일단 글을 쓰고 있는 저 조차도 그래왔습니다. 하지만 약점은 본디 관심을 줄수록 더 커지는 법입니다. 자신에게 더 많은 시간을 써 달라고, 돈을 써 달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그냥 무시해버리세요. 그리고 그곳에 썼던 관심과 에너지를 새로운 곳에 활용하세요. 눈을 들어 삶의 다양한 영역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그 삶을 진심으로 살아내세요. 그럴 때 머지않아 당신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사람' 또는 '강점 가득한 사람'으로 불릴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내는 당신은
그것에도 개의치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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