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쉬운 결정
어려서부터 우리는 사실 엄마가 좋은지 아빠가 좋은지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선택받지 못한 누군가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에 섣불리 대답을 결정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오늘은 이 결정의 어려움 대해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수 없이 많은 결정의 연속입니다. 그 결정들 중 어떤 것은 의식적으로, 또 어떤 것은 무의식적으로 선택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의식적인 결정에 대해서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의식적인 결정은 쉬운 결정과 어려운 결정으로 나눌 수 있겠지요. 그리고 어려운 결정을 만나게 되면 우유부단한 우리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어떤 선택도 내리지 못한 채 애꿎은 시간만 흘려보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 그 결정이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것이거나, 또는 촉각을 다투는 급한 것이라면 어떡할까요? 애석하게도 아마 우리의 머릿속은 락스를 끼얹은 것처럼 리셋이 돼버리지 않을까요.
저는 최근 이런 우유부단한 성격을 타파하기 위해 제 친구를 면밀히 살펴보았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강단 있고 실행력 좋은 친구를 가까이 두고 있습니다. 그는 삶에서 단 한 순간도 아무것도 못하고 낭비해버리는 일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현재 30대의 중반을 달리는 가운데 그는 벌써 자신의 분야에서 10년이 넘는 경력을 지니고 있고, 20대에 결혼을 했으며, 토끼 같은 자식도 둘 있습니다. 그를 보면 늘 쾌활하며 자기 즐거운 일을 잘 찾아 잘 즐깁니다. 그런 그 친구의 성격을 살피는 가운데 두드러지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로 ‘선택과 집중’이었습니다.
친구는 일명 ‘짬뽕파’였습니다. 중국집을 가면 절.대.로 짬뽕만 시켰습니다. 25년 넘게 친구로 지내면서 그 친구가 자신의 의지로 짜장면을 시키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짜장면을 먹는 날은 직장 선배 같은 타인이 음식을 주문해주는 경우일 뿐이었지요.
하루는 그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너는 왜 맨날 짬뽕만 먹는 거야?”
친구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매우니까”
선택
제게는 그 대답이 정말 신선하게(신선이란 단어로는 부족하네요. 센세이셔널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디서부터 생겨난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이 있었기에 그는, 자신이 먹고 있는 짬뽕을 더더욱 쉽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집중
또한 그는 짬뽕을 먹을 때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제 귀에는 좀 거슬렸지만 그는 매번 “오, 맛있어. 와우 시원해” “홍합 진짜 많어. 야, 이 오징어 봐”와 같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먹었습니다. 그는 국물도 칭찬하고, 면발도 칭찬하고, 해산물도 칭찬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먹는 음식에 집중하느라 제가 뭘 먹는지는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의 친구 이야기와 같이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면 선택을 하는 것이 훨씬 용이해집니다. 그리고 선택한 것에 집중하게 된다면, 다른 것을 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할 여유 따위는 생겨나지 않게 되지요. 이것이 우유부단함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요소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애초에 선택 자체를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집중하느냐고요? 네, 그 질문이 정확히 맞습니다. 순차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무엇을 선택하는 것과, 선택한 것에 집중하는 것 사이에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필요합니다. 바로 ‘포기’하는 것이죠.
서두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우리는 선택할 줄 모르기 때문에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왜 엄마가 더 좋고 아빠가 덜 좋은지, 반대로 아빠가 더 좋고 엄마가 더 좋은지에 대한 기준과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다만 선택에서 제외되는 사항들 또한 놓치지 않고 싶어 했던’ 것이지요.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많은 것을 붙들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엄마도 기쁘고 아빠도 기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유부단한 사람들의 특징을 하나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들은 대부분 마음이 따뜻합니다. 친절하고요. 자신을 생각하기보다 남을 더 생각하지요.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어떤 것도 제대로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드려야겠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우리의 삶에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은 난처한 질문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치킨? 피자?’ 또는 ‘강릉? 부산?’과 같이 상대적으로 낮은 난이도의 선택들이 훨씬 많지요.
어떤 음식을 택하든, 어떤 장소를 택하든, 어떤 직장을 택하든 선택을 하는 일에는 ‘내려놓음’ 또한 필연적으로 따라 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을 붙잡기를 원하는 우리가 치킨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피자와는 ‘의지적으로’ 작별을 고해야 합니다. (물론 돈을 더 써서 치킨과 피자를 동시에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배 터지게 먹어 버리면, 포기해 할 다른 요소들이 생긴다는 것 정도는 알고 계시겠지요.) 아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만약 선택을 받지 못한 존재가 ‘사람’이거나 ‘기업’일 경우에는 아쉬워할수록 더 좋지 못할 수 있습니다. 나의 애매한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여지를 남기고, 그 여지는 자칫 오해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를 위해서 그리고 상대를 위해서, 어떤 것이든 선택에서 제외된 경우라면 과감히 마음에서 떠나보내도록 합시다.
아래는 내용을 정리한 결론입니다.
ex) 여행을 간다면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 - 휴식, 관광, 음식, 쇼핑 etc
음식을 먹는다면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 건강, 맛, 양, 인스타감성 etc
ex) ‘피자는 얼마나 맛있을까?’ 같은 생각에 대해 의지적으로 쓸모없다고(그 생각을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 여기기
헤어지기로 결정한 사람 나 없어도 알아서 잘 살 거라고 여기기
ex) 치킨의 겉 튀김과 속살, 각 부위별로 맛있게 즐기면서 먹기
강릉의 바다뿐만 아니라 명소, 분위기, 날씨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즐기기
앞으로 여러분의 일상에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 자신이 선택한 것을 즐거워하는 유쾌한 일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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