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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루이스 Nov 10. 2020

살찐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지인과의 대화

A: 나 요즘 새로운 모임 찾고 있어

B: 아 그래? 그전에 나가던 데는 어떡하고? 


A: 거기 톡방에는 아직 있는데, 모임에 안 간지 몇 년 됐어. 나 결혼하고 거의 안 갔을걸. 멤버 결혼식 때나 얼굴 보고 그랬어. 소미(가명) 낳은 뒤로 그 사람들하고는 전혀 못 봤지.

B: 그렇구나. 그런데 거기 왜 안 가려고 하는 거야?      


A: 솔직히 말하면, 그사이에 살이 너무 쪄서. 내가 몇 달 전에 다이어트 시작했다 그랬잖아. 그것도 예전 모임에 나가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다이어트 잘 안 돼 가지고..

B: 그래서 예전 모임에는 살 빼서 가고 싶은 거야? 예전 모습처럼? 

A: 응..     


B: 음.. 난 이렇게 생각해. 너의 지금 모습은 단지 외견상의 기준으로만 평가될 수 없다고 말이야. 너 결혼한 뒤로 회사 일이랑 집안일 번갈아 하면서 살찌는 거에 대해서 신경 쓸 시간이 전혀 없었잖아. 소미 낳기도 훨씬 전부터 그랬지. 

 뭐, 걸핏하면 퇴근하고 밤늦게 남편이랑 막창 시켜먹는다느니, 닭발 먹는다느니 나한테 자랑하는 네가 괘씸하기도 했지만, 그리고 그 야식이 살찌는데 분명 한 몫 했을 테지만, 나는 그것조차도 전적으로 너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 맛있는 보상들이 너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지 못했다면 너는 그 빡쎈 회사에서 버틸 수 없었을 테니까. 더군다나 식탁과 음식이라는 매개채로 남편과 시간을 가지며 일과를 나누지 않았다면, 과연 내면에 쌓인 불만들은 남편에게 어떤 식으로 튀었을지 좋게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A: 그렇게 얘기 해줘서 고마워..     


B: 아니야 아직 안 끝났어. 네 절친한 친구로서, 너 소미 낳고 말 그대로 진짜 ‘개고생’하는 거 나 옆에서 다 봤어. 그리고 넌 진짜 칭찬을 백만 번 들어도 마땅할 정도로 잘 버텼어. 너 하루 한 두 시간밖에 못잔 상태로 소미 보는데, 소미는 집이 떠나가라 울고, 울음 그치지도 않고, 너는 피곤할 겨를 도 없이 소미 돌보면서도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소미 앞에서도 울고 소미 안 보이는데 가서도 계속 울었잖아. 

 그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었겠어. 스쿼트를 해? 푸쉬업을 해? 산책을 나가? 독서를 할 수 있던 것도 아니고. TV에다 시선을 둘 수 있던 것도 아니었지. 넌 매일 라디오만 틀어놓고 있었잖아. 시선은 소미한테서 떼지도 못하고. 

 넌 그 시간을 엄마로서, 아내로서 어마어마한 인생의 경험치를 쌓았어. 그 상황에서 살이 찌는 일까지 신경 썼다가는 머리가 어떻게 됐을지도 몰라. 지금 너의 모습은 결혼 이후와 소미 낳고 18개월이 지난 그 총체적인 과정을 다 포함하고 있는 거야.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A: (눈물을 흘리고 있다.)     


B: 네가 원래 나가던 모임의 사람들이 정말 좋은 사람들이라면, 단지 너의 외관만을 보고 너를 평가하지 않을 거야. 그저 자영(가명)이 너라는 사람과 네가 그간 지나온 스토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거라고. 단지 너의 외적인 모습만이 아니고 말이야. 그리고 만약에라도 외적인 것에만 관심을 쏟는 사람이 있다면, ‘걔는 사람을 볼 때 그것밖에 못 보는 수치로 가득한 애로구나’하고 불쌍히 여기면서 무시하면 돼. 

A: 알겠어. 그런데, 네 말은 살을 뺄 필요가 아예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 나는 지금보다 날씬해지고 싶어.      


B: 물론이지. 단지 너의 고생 가득했던 시간을 깡그리 잊어버린 채, 몸무게로만 너를 평가하지 말라는 뜻으로, 스스로의 대견한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야기 한 거야. 

 살을 빼고자 하는 이유로 많은 것이 올 수 있잖아. 건강을 위해서라든지, 운동을 즐기기 위해서라든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든지 등등 말이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에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럽게 여기는 수치가 원인인자가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적으로 잘못됐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아. 


 아, 다 됐고. 나는 지금 네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그리고 내가 너를 자랑스러워하는 이 수많은 이유들은 그깟 외관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기준에 평가절하 될 것들이 아니야. 차원이 달라. 




메인이미지 - Pixabay로부터 입수된 StockSnap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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