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의 비밀
첫 번째 달이 호나무숲의 가장 키 큰 나뭇가지 끝에 막 도착했다.
"아...... 벌써!"
그녀는 짧게 뱉은 말끝에 호나무 가지 끝에서 몇 걸음 옮겨 걷다가, 무채색 그믐밤의 가장자리를 향해 힘껏 뛰어올랐다. 그녀가 밤하늘에 퐁신 안착하자, 살얼음 일곱 겹 위에 보랏빛 비단수를 놓아 만든 꽃신이 하늘에 자하(紫霞)색 안개를 일으켜 냈다.
그녀는 발목까지 길러낸 옷빛 머리카락을 술(絉) 달린 띠로 허리에다 동여매고선, 가느다란 허리춤에서 기다란 은사들을 연신 뽑아냈다. 그녀의 허리가 한 줌밖에 되지 않은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저 멀리서 온 별빛만 그러모아 마시고서 만든 가늘고 고운 은사는 그녀의 머리카락 한올마다에 꼬아 엮어서 대지 위에 한가닥씩 늘어 뜨리려는 것이었기에, 그녀의 작은 입은 연신 움찔거리며 실의 매듭을 따라 옹알였다.
"다 되었어. 초생(初生)이 태어났어!"
그녀는 손뼉 치며 혼자서 꺄르륵 웃었다. 그 소리에 설핏 든 잠에서 깬 까마귀 떼가 몰려와 그녀 곁에 나란히 섰다. 그녀는 이제 처음 만든(初生) 빛가락을 까마귀들 입에 물려 대지로 흘려보냈다.
"첫 번째 달님이 내려오신다."
눈 밝은 사람들은 잠들지 않고 내내 기다려 새해 첫 하늘의 첫 달빛을 가슴에 품었다.
"초생이로다 초생!" 해님은 흑암의 뒤편에서 맘껏 작열하며 소리쳤다. 여섯 누이들도 조용히 미소 지었다.
첫 번째 달님만이 흑암의 밤하늘에 뛰어들어 첫 달빛을 지을 수 있었으니, 늘 조바심했던 것이다. 그들은 안도하며 제 순번을 꼽아보았다. 초생 다음엔, 상현이 반달이 보름이 아랫반달이 하현이 그믐이 꼭 맞춘 순서대로 하늘은 둥글고 평화로웠다.
첫 번째 달님은 멀리 있는 그들의 마음을 이미 기척 했다. 그녀도 내심 마음을 놓았다. 그러나 초생의 운명은 홀로 태어나는 것이었기에 그들보다 늘 먼저 알고, 그들보다 늘 먼저 끝맺었다. 그것이 초생이었다.
무엇보다 여섯 언니들이 밤하늘을 번갈아 재우며 하지 않는 일을 첫 번째 달님은 해야 했는데, 그것은 여린 손목으로 그믐밤의 귀퉁이를 찢어내야 하는 일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그녀 혼자서. 다만 호나무만이 애태우며 그녀의 고군분투를 내내 지켜보았다.
"붙들린 몸으로는 그녀를 도울 수 없으니, 나는 붙들림으로 죄를 짓는구나!"
호나무는 그녀가 온몸의 정기를 모아 흑암의 한 귀퉁이를 제 살로 찢어내는 모습을 애달프게 간직했다. 그것이 진짜 초생(初生)이라는 것도 호나무만 아는 비밀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달님은 밤이 깊어지면 만 갈래 풀어헤친 머리를 옆으로 묶고, 찢어진 그믐의 귀퉁이 곁에서 밤새 어둠을 도닥이는 것. 그것 말고는 아는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