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다이어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알싸한 아침 공기에 숲 내음이 가득하다. 이름 모르는 새들의 지저귐이 경쾌하다. 주차장 벽을 둘러싼 산의 나무들이 짙은 초록을 하늘 위로 뻗어가고 있다. 혹한과 폭설, 긴 꽃샘추위, 짧은 봄을 지나고 보니 문득 6월이다. 올해의 절반이 다가온다. 새해 첫날 소망이 무엇이었나. 잘 기억 나지 않는다.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붙잡지 못하고 보냈을 뿐인데 바닥에 떨어진 털실 뭉치의 실처럼 마냥 풀려나가는 것이 시간인가 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랐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켜고 여느 날처럼 컴퓨터를 켜고 창문을 열고 공기청정기 버튼을 눌렀다. 텀블러를 씻어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 한잔을 담아 자리에 앉았다. 오늘도 또 어제와 닮은 하루를 시작한다.
노트를 열고 시간과 함께 뭉툭해진 새해 첫 마음이 무엇이었나 꺼내어 끄적여 보았다. 운동하기, 글쓰기, 새로운 취미 갖기 등이었나 어렴풋하다. 하지만 일기장에 새해 결심을 적었던 첫날의 마음만큼은 선명하게 기억났다. 새해 일출을 보려고 집 근처 공원으로 나갔지만 뿌연 하늘에 가려진 해가 야속했던 첫날 아침이었다.
하루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한 해의 절반에 가까워졌다. 또 이렇게 같은 하루를 보내면 올해도 끝날 것이고 새로운 다음 해를 맞이하겠지. 하지만 정말 그럴까. 언제까지 다음 해를 맞이할 수 있을까. 지금은 영원히 살 것만 같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는 모두 세상을 떠난다. 언제일지 모를 그 순간에.
웨인 다이어는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에서 이렇게 일깨워준다.
‘인생을 수정할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앞으로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날들이 무수히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삶은 언제나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은 쏜살처럼 노인이 되고, 벼락처럼 난데없이 죽음 앞에 도착한다.’
그렇다. 모든 사람은 시간 앞에서 평등하다. 아니 어쩜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누구에게 생명이 얼만큼이나 주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두에게 눈 깜짝할 사이였다라고 느낄 만큼의 시간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오늘이 남은 삶의 첫날이 아니라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고 웨인 다이어는 말한다. 수정해야 할 것, 개선해야 할 것,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 해야 할 것 등이 있다면 오늘 해야 한다고.
결심은 때로 도전을 피해 구속력 없는 미래로 도망치는 것이라 했다. 내가 했던 새해 첫날 결심도 앞으로 있을 거라 믿는 365일이라는 미래로 전가 시키고 싶었던 마음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문득 시작하고 싶다. 새해 첫날은 아니지만 시작하는 오늘로 만들고 싶다. 책 속 좋은 문장을 가슴에 품어 바라는 곳으로 건너가는 힘을 얻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삶의 가장 강력한 동력은 나라는 걸 문득 알겠다.
‘창조적인 삶은 머릿속에 있지 않다.
창조적인 삶은 언제나 꺼내지는 것이다.
무엇이든 당신의 눈앞에 선명하게 존재하게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