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언규 <혹시 돈 얘기 해도 될까요>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간다. 이것저것 빠져나간 통장의 잔액은 전과 비슷하다. 월급쟁이 생활이 원래 그런 거지 하며 지나온 시간도 오래다. 며칠 전 월급이란 스쳐 가는 것이란 오랜 내 생각에 자극을 준 책을 만났다.
‘월급은 인생과 맞바꾼 돈이다.’
매달 나오는 돈이고 다음 달이면 또 나오겠지 하는 마음에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월급은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쏟아부어 받은 대가였다. 매월 돌아오는 일상이 아닌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맞바꿔 얻는 돈이었다.
흙수저로 태어나도 금수저가 될 수 있을까. 저자 주언규는 <혹시 돈 얘기 해도 될까요>에서 금수저를 ‘실패해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선천적으로 제공받은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160만 원 월급쟁이로 시작해서 30대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다는 후천적 금수저인 그의 정의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실패해도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는 경제적 후원과 정신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금수저일 것이다. 하지만 가진 것이 없더라도 경제적 자립과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후천적인 금수저가 된 것일까.
책에서는 돈에 관한 오해 몇 가지를 다루고 있다. 그중 하나는 ‘돈을 좇지 마라, 그러면 돈이 따라올 것이다.’이다. 현실에선 돈이 아닌 꿈을 좇으면 돈은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는다. 이 말은 돈을 과소평가한 부자들의 말이라는 것이다. 돈을 좇아야 돈이 따라온다.
내가 가진 것 중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나에겐 대수롭지 않지만 남이 볼 때 특별하고 부러울 만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내가 가진 시간적 여유, 그동안 쌓아온 고유한 나만의 경험, 경력 등은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나만의 자산이다. 내가 가진 단 하나의 강점을 극대화하면 나중에 누군가가 나에게 돈을 지불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오해는 ‘돈은 놀면서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공부 잘한다고 다 돈 잘 버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돈이 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놀면서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말의 진짜 의미를 이해해야 부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후천적 금수저가 되는 9단계 방법은 바로 실패해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시스템화하는 방법이다. 나만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지지 않을 환경을 만들어 수정 보완을 거치며 사이클링을 반복해 가는 것. 한 줄로 정리하니 참으로 간단명료하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무 잘 알겠다.
큰 목표를 위해서는 매일 나와의 작은 약속 하나를 실천해야 한다. 나와의 약속을 지켜내는 힘이 곧 나를 신뢰하게 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하는 자신감이 계속 시도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와 환경을 만들어낸다.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더라도 내가 가진 시간을 타고 나만의 무기를 찾아 작은 도약을 반복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