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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보고 있어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by Little Prince

내가 왜 그랬을까. 지나고 나면 후회한다.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화를 잘 다루지 못했다는 후회가 들 때면 잊고 있던 부정적 감정들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분노, 치욕, 모욕감, 후회, 슬픔, 좌절감 등이 내 안 어딘가 잠들어있었을 텐데 문득 찾아오면 당황스럽다.


분명한 건 감정을 다스리고 통제할 수 있어야만 내가 원하는 삶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감정에 휘둘려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다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삶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반갑지 않은 손님인 부정적 감정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떨쳐버리고 싶은 감정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이 있을까. 좋은 해법을 평소에 알고 있었더라도 막상 상황에 맞닥뜨리면 해법대로 행동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다시 한번 정리해 보고 기억을 상기시켜 내면화해보려고 한다.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아침, 마왕인 마라가 낙담하며 붓다를 떠났다. 하지만 곧 반격을 꾀한다. 끊임없이 붓다 앞에 예기치 못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붓다는 마라가 나타날 때마다 호통을 치거나 쫓아내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마라여, 내가 너를 본다.”

그리고 귀한 손님을 모시기라도 하듯 마라에 게 방석을 권하고 차가 채워진 흙으로 빚은 찻잔 두 개를 그들 사이 낮은 탁자에 내려놓은 다음에야 붓다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 마라는 잠시 방석에 앉아 있다가 가곤 했다. 붓다는 내내 자유롭고 흔들리지 않았다.


교실에 있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다양한 얼굴의 마라를 만난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함께 지내기에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갈등 상황은 교사로 지낸다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부정적 감정이 불쑥 찾아올 때면 이렇게 말해봐야겠다.


“나는 너를 보고 있어.”

그 순간에는 이 말을 떠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곧 알아차릴 것이다.

‘분노의 감정이 찾아왔구나. 나에게 얼마간 머물다 떠나겠구나.’ 좋은 감정이든 싫은 감정이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감정에 매몰되는 것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과 같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바라보는 것만이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는 방법임을 이번 기회에 새겨본다.


인간의 삶은 여인숙이다.

매일 아침 새로운 여행자가 찾아온다.

기쁨, 슬픔, 비열함 등등

매 순간의 경험은

예기치 못한 방문자의 모습니다.

이들 모두를 환영하고 환대하라!

어두운 생각, 수치스러움, 원한.

이들 모두를 문 앞에서 웃음으로 환대하고 맞이하고

안으로 초대하라.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감사하라.

이들은 모두 영원으로부터 온 안내자들이다.

-루미


뜻하지 않는 감정에 맞서 싸우지 않고 기꺼이 맞이하고 보내줄 때, 우리는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나 자신과 가장 좋은 친구 사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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