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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아이스크림

서인국 <행복의 기원>

by Little Prince

지속 가능한 행복이란 있을까.

프랑스 사상가인 라 루시프코는 400년 전에 행복에 관하여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상상하는 만큼 행복해지지도 불행해지지도 않는다.”


성공의 기쁨도 실패의 좌절도 시간과 함께 사라진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이런 사실을 곧잘 잊어버리고 이것만 성취하면 오랫동안 행복할 거라고, 지금 이것을 놓치면 영원히 불행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한 연구에서 연애 중인 대학생 커플들에게 현재 애인과 헤어진다면 얼마나 불행할지 예측해 보라고 했다. 그들의 예측점은 7점 행복 척도에서 3.9 정도였다. 이 당시 재학생들의 평균 행복 지수는 5.4였다. 이별하면 자기 행복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별한 이들의 행복 지수를 측정한 결과는 달랐다. 그들은 현재 연애 중인 이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면 세상이 끝날 것 같았지만, 야속할 정도로 별일 없이 잘 살고 있었다.


로또에만 당첨되면 부와 행복을 누릴 것만 같다. 하지만 당첨된 후에 오히려 불행해졌다는 무수한 후일담의 예시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원하는 만큼의 부를 축적해도 그와 비례해서 행복하지 않다.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였다고 할지라도 그 후의 직장 생활은 또 다른 문제다. 수년간 영혼까지 팔아서 얻어낸 승진이나 인센티브일지라도 그 기쁨은 불과 며칠에 지나지 않는다.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즉, 목표를 이룬 행복감은 오래가지 않기 마련이다.


왜 이런 것일까. 심리학자 서인국의 책 <행복의 기원>에서는 이를 우리의 원시적인 뇌와 관련하여 설명해주고 있다. 100% 동물인 인간이 문명인으로 산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시간을 1년으로 압축했을 때 인간이 문명 생활을 한 시간은 고작 2시간 정도라고 한다. 364일 22시간을 사냥하고 짝짓기 하는 동물의 생활에 전념하며 살아온 것이다. 600만 년 동안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진 생존의 습관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여전히 동물인 인간의 뇌는 쾌감을 느껴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만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냥해서 먹잇감을 구해 먹을 때 쾌감을 느껴도 쾌감이 사라져야만 다시 사냥을 할 수 있다. 무언가 성취해서 만족감을 느껴도 원점으로 돌아가야만 다시 성취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 쾌감의 소멸이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란 말이다.


즉 ‘행복이 초기화’되어야만 또 다른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이를 쾌락의 쳇바퀴라고 표현한다. 그 무엇을 얻을지라도 결국 쳇바퀴 돌 듯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불행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슬픈 일을 겪어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지금 불쾌하고 상처되는 일이 곧 지나갈 일이라고 알아차리면 된다. 이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만큼 잘 지낼 것이다.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리셋되는 행복의 원리를 알았으니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적극적으로 행복을 세팅하는 일이다. 나만의 행복 배터리를 채울 수 있는 목록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봐야겠다. 조용한 카페에서 좋아하는 책 읽기, 가족들과 맛있는 식사하기, 친구들과 만나 맛있는 거 먹으며 대화하기, 아름다운 예술 작품 감상하기, 경치 좋은 곳 산책하기, 미지의 나라 여행하기 등. 행복감을 주는 것들을 자주 경험하고 반복해야겠다. 그리고 만약 원치 않은 불쾌함이 찾아온다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것임을 잊지 않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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