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이 느려졌다.

퇴사 후 알록달록 세상이야기 1

by 작은우주인 김은주

오랜 회사 생활 동안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정신없이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늘 종종거리고 긴장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 때의 세상은 어쩌면 더 조용했는지 모르겠다.
길을 가면서도 장을 보면서도
주위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서둘러 끝내야 하니까
둘러보거나 들어 볼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퇴사 후 내가 보고 듣는 세상의 모습은
조금 달라보였다.
직장인들이 정신없이 바쁠 시간에
느린 걸음으로 도서관으로 향하고
골목을 어기적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어색하게 느껴졌다.


지나치는 사람들과 가게들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
골목 곳곳에 앉아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보이고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참 여유로우시겠다.’ 하고 생각한 순간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루종일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들어. 말 할 사람도 없고.”

‘그렇구나. 그렇겠구나.’
아무 할 일이 없는 것이 여유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여유의 정의가 혼란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여유는 열심히 일을 하는 가운데에 얻어지는
기분좋은 순간이구나.’ 하는 것을.

걸음이 느려지고 주위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나는 또 인생의 배움 하나씩을 경험하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잠시 쉬는 (어쩌면 오랜 시간이 될 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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