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8일 목요일
시험 전날. 뭔가 다행스럽게도 어제와 같은 그런 종류의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러나 특별한 일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생 선생님의 송별회(?)가 있었으니까. 나는 임원들을 도와 케이크와 과자, 음료수를 학교로 날랐다. 물론 저번 일에 대한 대가라던가 그런 건 아니었다. 우리 집과 임원들의 집이 가깝기도 하고. 아마 내가 믿을만 한 놈이라서 일을 시킨 거라고 믿고 있다.
교생 선생님은 남자 종교 선생님이시다. 즉, 남고에서 환대받기 쉬운 위치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 반 아이들과 교생 선생님이 워낙에 착하고 또 반티 값과 음식 값을 같이 모으는게 편하기도 했기에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1교시의 음식 파티가 끝난 교실은 난장판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오시기 전까지였지만. 더러워졌었지만 좋았다. 음식을 먹은 것도, 교생 선생님과 사진을 찍은 것도.
어제, 일기에 쓰지 못했던 교생 선생님과의 상담이 있었다. 상담 도중 내가 '브런치'의 작가라고 하자 선생님은 꽤 놀라신 듯 하였다. 난 '아무것도 아닌 그저 그런 거'라고 했지만(물론 내가 그렇다는 거지, 브런치 작가님 들은 대부분 정말 대단하시다.) 선생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선생님은 브런치가 무엇인지 모르셨지만 작가라는 말에 반응 하셨던 듯 하다. 기분이 묘했다. 브런치엔 훌륭한 작가 분들이 넘치지만, 내가 그 "작가"에 속한다고 생각치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의 칭찬이 좋게 다가왔다. 이 얘기 말고도 많은 얘기를 했다. 나의 꿈, 성격, 그리고 고민들. 매우 좋은 시간이었다. 나의 고민을 일부분이나마 털어 놓을 수 있어서.
솔직히 내가 나의 모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은 얼마 없다. 형? 아니다. 부모님? 아니다. 나는 가족들에게 숨기는 고민이 여럿 있다. 물론 다 알 수도 있지만. 내가 나의 모든 고민과 생각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털어놓은 대상은 글과 나의 친구 뿐이다. 나는 글을 통해서, 물론 이 일기 외에도 나만 읽는 글을 통해 내 고민거리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나의 친구는, 내게 정말로 소중한 존재이다. 그 친구는 부모님과 가족 이외의 사람들 중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그런 친구이다. 내가 따돌림을 당해 힘들어 할 때 친구는 내 옆에 있어 주었다. 중학교 3년 내내, 친구는 나와 같이 다녔다. 우리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쓰잘데기 없는 논쟁부터 진지한 토론까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러나 고등학교가 달라지고 나서 그 친구를 통 볼 수 없었다. 나나 그 친구나 야자에 학원에 시간이 없었다. 내가 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친구. 나의 가장 소중한, 그리고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 보고 싶어진다. 꼭 만나야 겠다.
내일이 수학 시험인데 난 뭐하고 있는 건가 싶다. 공부하자. 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