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은 숲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기 Nov 04. 2016

나의 꿈

나의 희망

 나의 꿈은 여러 번 바뀌어 왔다. 처음에 가졌던 꿈이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다.'저 장난감을 갖고 싶다.' 혹은 '빨리 키가 크고 싶다.'였는지도 모른다. 학교를 가기 전에는 그런 꿈들이 있었다. 7살 즈음부터 어른들이 말하는 꿈(장래희망)에 대해 생각해 봤다. 처음엔 누구나 그랬듯이 소방관, 경찰관이 꿈이었다. 하지만 몇 달 안 가서 그 꿈은 공룡 박사로 바뀌었다. 나는 공룡을 정말로 좋아했다. 내게 공룡은 아주 강하고 신비하며 환상적인 존재였다. 그 옛날에 그렇게 거대하고 멋있는 동물들이 있었다는 것 때문에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고생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러던 게 책 몇 권을 읽다가 덜컥 바뀌고 만다. 바로 '만화 어린이 살아있는 한국사'시리즈였다. 집에 있는지 조차도 몰랐던 이 책을 읽게 됐던 이유는 더 읽을 만화책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오로지 만화책만 엄청 읽어댔다. 당시 유행하던 '보물찾기' 시리즈나 '살아남기' 시리즈, 그리고'판타지 수학대전' 등등. 그런데도 내겐 만화책이 부족했다. 집에 있으면 그저 만화책만 읽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그 이름도 생소한 '역사' 만화책을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역사에 대한 내 덕질(?)이 시작됐다.


 나는 역사가 너무 좋았다. 역사책들이 너무나도 좋았다. 역사책을 읽는 건 옛날이야기나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물론 역사란 게 진짜 옛날이야기긴 하지만 말이다. 아주 즐겁게 역사를 공부했다. 사실 책을 읽을 땐 그게 공부인지도 몰랐다. 그저 재밌으니까 열심히 읽었을 뿐이었다. 역사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더 두껍고 더 어려운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부터 시작해서 인문 서적까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내 꿈은 더 확실해졌다.


 역사학자가 되자! 이게 내 하나뿐인 꿈이었다. 내가 공부를 싫어하면서도 하고자 하는 이유였다. 분명 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지만 버틸 자신은 있었다. 어느 저녁 엄마에게 꿈을 포기하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 날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날의 그 장면만이 또렷이 기억난다는 것이다. 그날이 언제였고 그날 어떤 일들을 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만큼 엄마의 그 말이 내게는 충격이었던 것 같다. 나는 난생처음으로 엄마에게 꿈을 포기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전까지 어머니는 내 꿈이 무엇이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하셨었다. 그러나 그때부터 엄마는 계속 내 꿈을 반대하셨다. 노골적인 반대가 아니었다. 내가 가족을 이루는 행복을 가지고 싶다면 그런 꿈을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당신도 지지할 수 없다고 하셨다.


 그 날 이후 나는 혼란에 빠졌다. 정말로 역사학자가 되는 게 그렇게 힘든 걸까? 돈도 못 벌고 가족도 못 만드는 걸까? 그런 생각이 역사학자라는 꿈을 뒤흔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다. 하지만 내 판단이 틀렸다고 말해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 갈등하다가 어느 날 글쓰기를 접했다. 처음에는 소설이었다. 나도 작가들처럼 쓸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스스로의 멍청함이 더 돋보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써 봤다. 포기할 마음이 들 때까지 계속 소설을 썼다. 결국 나는 소설 쓰기를 멈췄다. 역설적이게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소설을 쓰는 게 힘들어졌다. 글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게 될수록 글쓰기는 더 힘들어졌다. 그래서 소설보다는 쉽고 가벼운 수필들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여전히 역사를 사랑한다. 하지만 이제는 글쓰기를 더 사랑한다. 그 어떤 행위보다도 사랑한다. 최근에 읽은 책 속에 이런 말이 있었다.

 어떤 행위나 가치를 사랑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렇다. 정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처음에 역사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그리고 글쓰기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나는 놀랐다. 따지고 보면 그런 행위들엔 실체가 없다. 그런 실체 없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게 신기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부터, 나는 작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언젠가 내 이름이 박힌 책을 펴내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다. 작가라는 직업은 더더욱 돈을 벌기 힘들고 성공하기도 힘들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들 거라며, 우리 가족 전부가 반대했다. 나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책을 펴내는 것.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는 법이었다. 내 필력이 엄청나게 훌륭한 것도 아니었으며, 글에 매진한다고 다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내가 못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이번 9월에, 나는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기흉 때문이었는데, 무려 3번이나 연속해서 입원했어야 했다. 그 결과 9월의 반을 병원에서 지냈고, 10월에 치른 중간고사는 망했다. 나는 이때 알았다. 나는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고. 나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고. 언제 죽을지도, 언제 아파져서 글쓰기를 못할지 나는 몰랐다. 내일 당장에라도 사고로 죽을 수 있는 게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건 다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살기로 했다.


 나는 글이 좋다. 글을 사랑한다. 글쓰기를 사랑한다. 내 글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이 있을까? 나에겐 그보다 행복한 일이 없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렇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늘도 나는 작가가 되기 위해 망상하고, 몽상하고, 꿈을 쓰고, 글을 읽는다. 내일도, 그다음 날도 그러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게 묻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