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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글

2016년 5월 9일

by 기기

꽤 오랜만에 쓰는 일기다. 시험이 끝나고 한동안 게임, 게임, 그리고 게임을 했다. 물론 글쓰기와 독서도 있었지만, 게임 시간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그래서 일기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 그러니 반성하자. 일기는 하루의 기록이다. 그런데 그 일기를 거의 일주일 가량 쓰지 않았다. 시험 기간에야 공부하느라 어쩔 수 없다는 핑계가 있었지만 지난 6일간의 게으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오늘 한 친구가 나의 노트를 읽었다. 내가 일기를 적어놓는 자그마한 노트를. 그 친구는 나와 비슷하게 생각을 많이한다. 머리도 좋지만 쓰려 하지 않는다. 공부가 싫단다. 어쨌든 내가 신념, 가치관, 진로, 정치, 철학, 역사, 그리고 게임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몇 안되는 급우이다. 얘기를 하던 도중 내가 '글을 쓰고 있어. 소설, 수필, 시를 써봤지.'라고 했더니 보여 달라고 생떼를 부렸다. 나도 친구에게 궁금한 게 있었기에 일종의 협상을 통해서 노트와 정보를 교환했다.

친구는 내 시를 읽고 '맛있게 잘 읽었어.'라고 말해주었다. '맛있다'라는 건 친구가 내게 알려준 표현이다. 친구는 좋은 글을 읽을 때마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런 표현을 생각했다고 한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기에 매우 공감되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글의 맛은 정말 다양한 것 같다. 어떤 글은 달콤하고, 어떤 글은 씁쓸하지만 끝맛은 부드럽다. 또 어떤 글은 시종일관 텁텁하기도 하다. 그런 글들 중에 어떤 글이 맛있게 느껴지는 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 친구가 내 글을 맛있다고 해준 것에 나는 정말 감사한다.

내 글의 맛이 어떤지는 나도 잘 모른다. 어떤 사람들이 내 글의 맛을 좋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글 만의 맛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그에 더불어 내 글의 맛을 맛있다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학교에서 그랬듯이.


저는 '브런치'에 항상 맛있는 글들이 올라와서 좋습니다. 작가 분들 마다 다 다른 맛이 난달까요. 달콤한 글. 씁쓸한 글. 짜고 매운(?) 글. 부드러운 글. 진한 맛이 나는 글. 모두 모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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