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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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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기 Jun 07. 2016

구름 사이 빛

마라도에서

 이 사진은 올해 1월 가족들과 마라도로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우리는 마라도 해안선을 따라 걷고 있었고, 나는 풍경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들고 홀로 앞서 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셀카봉을 이용해 셀카를 찍거나, 바다를 찍거나, 새를 찍거나, 주변 건물들을 찍거나, 기념비를 찍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구름을 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이의 빛을 보았다. '거룩하다'라는 단어가 절로 나오는 광경이었다. 구름이 잔뜩 꼈었지만 맑은 공기 때문이었는지 저 멀리 있는 구름들도 보였고 햇빛이 비추는 해수면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구름들 사이로 햇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움에 저절로 사진을 찍게 되었다. 이날 내가 찍은 구름 사진과 바다 사진이 10~20장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바람이 거세져 햇빛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지만 이 광경만큼은 잊혀지지 않았다. 이 아름다운 광경과 함께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며 내던 소리며 바닷바람에 실려있던 짠내며 모든 것이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한 편으론 내 기억 속 어딘가에 묻혀 있었다. 분명 기억 속엔 있었지만 끄집어 내고 있지는 않았었다. 사진들을 정리하다 문득 이 사진을 보고 정신없이 이 글을 썼다. 그 때의 기쁨을 다시 끄집어 낼 수 있었던 좋은 글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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