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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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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기 Sep 03. 2016

바람

차가운 바람이 분다.

쓸쓸한 낙엽들이며,

더러운 쓰레기들이며,

고약한 은행 냄새가

바람에 실려온다.


나는, 불어오는 바람을 가만히 서서 맞았다.


바람은 나를 그냥 지나가지 않고

내 구석 구석을 훑고는,

내 마음 속 은 곳의 상처들을,

내 슬픔과 어리석음을 끄집어냈다.


그럼에도 바람은 멈추지 않고,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내 행복과 즐거움을 끄집어 내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야, 바람은,

나를 지나쳐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나를 속으로부터 온통 뒤흔들어 놓고서,

그렇게 가버렸다.


나는, 떠나가는 바람을 가만히 서서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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