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분다.
쓸쓸한 낙엽들이며,
더러운 쓰레기들이며,
고약한 은행 냄새가
바람에 실려온다.
나는, 불어오는 바람을 가만히 서서 맞았다.
바람은 나를 그냥 지나가지 않고
내 구석 구석을 훑고는,
내 마음 속 깊은 곳의 상처들을,
내 슬픔과 어리석음을 끄집어냈다.
그럼에도 바람은 멈추지 않고,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내 행복과 즐거움을 끄집어 내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야, 바람은,
나를 지나쳐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나를 속으로부터 온통 뒤흔들어 놓고서,
그렇게 가버렸다.
나는, 떠나가는 바람을 가만히 서서 보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