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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바이킹 Nov 02. 2016

책이라고 하기엔 부끄럽지만

브런치북 #3 은상을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작은바이킹입니다.

이틀 전, 금번 브런치북 프로젝트 #3 에서 은상을 받았습니다. 올해 6월 30일에 '그래서, 직장인이 되었다'며 첫 글을 올린 지 꼭 4달 만이었습니다. 학생 때 이후로 처음 타 보는 상이라는 것에 들떠서 엄마! 나 은상 먹었어! 하고 팀장님 눈을 피해 카톡을 보내고 평소 남들 자랑질에 눈만 흘기던 페이스북에 나 상 탔다!, 내 자랑도 해보았습니다. 그만큼 좋았습니다. 심장 어디쯤이 막 덜덜 떨렸습니다.


평소 브런치에서 만나는 작가님들 중, 그리고 이번에 수상하신 작가님들 중에서도 글 쓰는 게 직업이 아니라서 어렵고 힘들었다는 글을 많이 봅니다. 그런데, 사실 저와 제 주변을 보면 꼭 글 쓰는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더랍니다. 오히려 글 쓰는 게 직업인 죄로 한 글자 한 글자 쓰는 것이 마치 맨발로 자갈길을 걷는 것처럼 두렵고 때론 그저 엉- 울고 싶을 만큼 괴롭기까지 합니다. 나는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사람인데, 정말 잘 써야 하지 않겠어? 맞춤법 하나, 문장 구조 하나, 어디 하나 허투루 쓰면 안 되지 않겠어? 재미는 없더라도 최소한 의미는 있어야잖아? 하면서요. 만일 브런치가 종이였다면, 저의 매거진은 아마 어디 하나 성한 곳 없이 꾸질꾸질 너덜거릴 것입니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서라기보단, 그저 더 멀쩡한 글을 쓰려고 노력했기 때문이겠지요, 멍청이처럼.


책이라는 것이 이야기보다는 '경험의 공유' 차원으로 변화하면서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나는 그 누구나조차 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직업상 자기 검열이 심한 것도 그렇고, 주위에 눈 시퍼렇게 뜨고 어디 네가 책이라고 쓴 게 얼마나 대단한 글인지 보자! 할 만한 이를 적어도 셋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글쓰기를 사랑하면서도, 글쓰기가 무서웠습니다.


저보다 훨씬 길고 훌륭한 직장생활을 한 선배들이 쓴 직장인 필독서는 이미 많습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는 하지 마라. 그런데 나는, 왜 그 흔한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까? 친한 동료가 어느 날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니는 꿈꾸는 현실주의자 같다'고. 그 언제라도 누군가 제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라고 물으면, 저는 '꿈꾸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단지 꿈을 갖는 것을 넘어, 매일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잊지 않고 들여다보는 것. 넌 뭘 그리 항상 심각하게 생각하니, 핀잔 들어가며 그래도 고민하는 것.


저는 제가 잘 하는 것–고민–을 통해 같이 이야기하고 서로에게 공감이 되어 주고 싶었습니다. 제 고민의 결과를 최대한 잘 정리하고 표현해서 그것이 나와 같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초년생'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3년차를 위한 고민



저는 스스로 제가 쌓아가고 있는 이야기들을 '3년차를 위한 고민'이라 생각합니다. 콕 찝어 3년차들만을 위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딱 그 정도의 선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과 시작될 고민들에 대한 딱 그 정도 수준의 이야기라 느끼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글 잘 쓰는 분들은 참 많고, 귀감이 되는 다양한 경험을 하신 분들은 더 많기에, 저는 인기가 있는 콘텐츠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딱 나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을 향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힘든 이유는 아마도 이런 거라고,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똑같이 힘들어하고 있기에 딱히 뾰족한 수는 없지만, 우리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떻겠냐고. 우리의 세상은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을 것이고, 다만 조금 더 괜찮아질 수 있다는 것을 믿어 보자고.


치열한 경험, 그리고 그를 통해 얻게 된 생각을 적어 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독서량이 많지 않은 나를 잠 못 들게 만들고, 눈 밑이 뜨거워지게 만들고, 때때로 깊은 한숨을 쉬느라 책장을 잠깐씩 덮게 만드는 그분들의 책. 그런 것을 진정 책이라 부른다면, 이것을 감히 브런치'북'이라 하기엔 하염없이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이것이 언젠가 종이책이 될 수 있다면, 그래서 딱 나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의 손에 들려질 수 있다면, 내가 그랬듯 그에게도 미미하나마 그런 종류의 영향을 줄 수 있다면, 하는 바람으로 이 매거진의 글을 계속 이어가려고 합니다. (구독해주신 해당 매거진 외에도, 제 브런치에 다른 글들도 종종 쓰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홍보입니다.)


끝으로 수없이 많은 생각과 좋은 글들이 유영하는 이곳에서 저의 작은 생각 모음을 집어 들어주신, '재미'는 없는 저의 글을 꾸준히 읽어 주시는 독자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도 생각에 깔려 바둥거리는

작은바이킹 드림





cover photo/ 2008년 8월, 캐나다 Grouse Mt. 정상에서 '뭐 먹고 살지'를 고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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