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퍼홀릭 영어 원서와 함께한 싱가포르 라이프

내가 연애 소설을 읽다니…

by 이보라




싱가포르 교환 학생일 때 만난 한국인 유학생 언니였다.


몇 년간의 유학 생활로 영어가 아주 편해보이는 언니였는데, 주말에 캠퍼스에서 노닥거리고 있다 보면 영어 원서를 읽고 있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한두 번이 아니라 볼 때마다 원서를 들고 있었고, 매달 책이 바뀌었다.


"오, 언니 원서 읽어?"


"응, 나 영어 유지하려고 가벼운 소설책으로 한 달에 한 권쯤 읽어."


그 언니가 영어로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보면 숨 쉬듯 편해 보였다. 나의 저급 영어로는 그 언니의 영어가 얼마나 고급 수준인지 판단할 길이 없었지만, 적어도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 때 막힘이나 불편함은 전혀 없어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언니도 어휘 수준이 폭넓진 않았던 것 같지만, 일상 회화에 있어서는 크게 불편함 없이 했던 수준은 맞았던 것 같다..


근데 영어 '유지'가 필요하다니. 영어가 되면 되는 거지, '유지'가 필요하다니.


'유지'해야 할 영어가 아직 없는, 현재진행형의 영어 꿈나무였지만 영어 원서 읽기도 결국 책 읽기의 일환이니 솔깃해졌다. 이전에는 고전 문학으로 영어 원서 읽기를 시도해서 참담한 실패를 경험한 바 있지만, 그 언니가 했던 데로 가벼운 소설책으로 보면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데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쇼퍼홀릭>이었다.


대충 펼쳐 보니 모르는 단어가 없는 건 아닌데도 '읽힌다'. 왠지 모르게 술술 읽히는 느낌이 있었다. 책을 읽고 있다기보다 주인공이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고전 소설처럼 어려운 어휘도 많지 않고 가벼운 구어체의 문장이라 내 수준에 맞았던 것 같다.


소설의 내용 자체는 아주 가볍고 나의 평소 취향도 아니었지만, 그 '영어 원서가 술술 읽히는 느낌'에 빠져서 <쇼퍼홀릭>을 후루룩 다 읽었다. 저자인 소피 킨젤라의 다른 책도 읽기 시작했다. 대체로 비슷한 유형의 소설이었지만, 비슷한 문체였기 때문에 역시나 술술 읽혔다.


학교에서 경제학이나 심리학 수업을 듣고 작문 과제를 하면서 느꼈던 영어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해방되는 통로의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교환 학생으로 있는 싱가포르에 있는 동안 내내 영어 원서를 달고 살았고, 그렇게 생긴 영어 원서 읽기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취향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나름 괜찮은 영어 선생님이었다.

소피 킨젤라.





[삽질 복기]

- 소리 내서 읽었더라면 좋았을걸.

- 소리 내서 읽었더라면 좋았을걸.

- 소리 내서 읽었더라면 좋았을걸.

- 소리 내서 읽었더라면 좋았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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