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던 소설을 원서로 읽어 본다, <비밀의 화원>

그 드라마는 아니고요

by 이보라



오랫동안 잠겨 있던 문이었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그것이 여러 번 반복되는 동안에도 그곳은 계속 잠겨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문이 열렸다. 잡초를 걷어 내고, 물을 주고, 마음을 주니, 싹이 올라오고 꽃이 피어났다. 감당할 수 없이 아주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그렇게 그 정원은 어린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메리 말고 나의 마음을.


사촌 언니가 보다가 물려준 주황색 표지의 세계명작전집 중 한 권이었다. 그 세계문학전집에 재미있는 책들이 많아서 전체적으로 좋아하고 많이 봤지만, 그 중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이 쓴 <비밀의 화원>은 책 겉장이 닳아서 떨어져 나가도록 보았다


정확히 무엇에 끌려서 그 책을 봤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그 책에 유독 손이 많이 갔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성인이 되어 원서로 그 책을 다시 만났다. <The secret garden>.


각종 영어 고전 소설류를 읽어보려다가 여러 번 실패를 경험한 후였지만, 이번에는 좀 수월했다. 어린이를 위한 소설을 많이 썼던 프랜시스 버넷의 글답게, 보통 영어 원서에 비해서는 그나마 좀 읽히는 편이었다.


물론 모르는 단어는 여전히 많았다. 어린이 문학도 문학은 문학이라, 일상에서 쓰이지 않을 법한 단어들과 구어체보다 문어체에 가까운 문장들이 많았다. 평생을 미국식 영어로 배워온 사람이다 보니 영국식 영어 어휘도 좀 생소했고, 영국 북부식 사투리는 더욱 낯설었다. <쇼퍼 홀릭> 같은 가벼운 문체의 소설만큼 술술 읽히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만두지 않았다.


어릴 때 좋아하던 책을 번역본이 아닌 작가가 쓴 그대로의 원문을 읽는다는 즐거움이 어느 정도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쓸만한 영어로 힘겹게 한 단어, 한 단어 앞으로 밀고 나가니 어느새 숨겨져 있던 비밀의 화원의 문이 열렸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세속적인 삶을 살아가면서도 순수한 동화 같은 소설이 주는 특유의 즐거움에 빠질 수 있는 마음이 남아있었는지, 그렇게 한 번을 읽고, 몇 달이 지나 또 읽고, 그러고 몇 년 뒤 또 읽었다.


역시 영어를 배우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즐거움을 위해서 배운 거였다.


그 정원을 위해서.





[삽질 복기]

- 모르는 단어를 사전으로 찾아 단어장에 등록해 두었지만 그 후로 한 번도 다시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다음엔 그냥 사전만 찾고 넘어가야지.

- 소리 내서 읽을 것이다.

- 또 소리 내서 읽을 것이다.

- 언제 질리는지 볼 겸 또 소리 내서 읽고 또 읽을 것이다.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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