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다시 대학으로? 무료 영어 강좌 듣기

배우기 좋은 날들이여

by 이보라



공부를 하려고 마음을 굳게 먹으셨단다.


경건한 마음으로 책을 막 폈는데 할머니가 불쑥 들어오시며 "넌 공부 안 하고 뭐 하냐?" 하셨단다.


아빠는 그 길로 책을 집어 던지고 놀러 나가셨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아빠 딸이다. 선천적인 거라서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라고 하면 하기 싫고, 하지 말라고 하면 하고 싶은 유전자는 현대 과학으로도 어쩔 수가 없다.


대학교 때는 학교 공부가 싫었다. 고등학교 때도 싫었고, 중학교 때도 싫었다. 초등학교 때는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시계열 추이를 고려 시 그때도 싫어했을 확률이 98% 정도 된다.


하지만 유혹의 손길이 느껴진다.


온라인 무료 대학 강좌들이 유행처럼 인터넷 창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대학교 때는 수업 시간에 몰래 자놓고 그랬는데,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하니까 솔깃하다. 내가 사용하지 않으면, 마치 내 돈을 빼앗기는 것 같은 비논리의 초대를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코세라(Coursera)와 아이튠즈 유(iTunes U)로 대학 강좌들을 들었다. 경영학도 듣고, 심리학도 듣고, 철학도 들었다.


흥미로웠다.


책으로도 배울 수 있는 내용이겠지만 강좌로 듣고 있으면 같은 내용이라도 귀에 좀 더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영작문 과제를 하느라 머리를 쥐어뜯을 필요가 없어지니 머리숱도 지킬 수 있었다.


한량처럼 집에 앉아 해외 대학들의 수업을 제한 없이 들을 수 있으니 부자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무료 강좌를 누리는 재미에서 오는 정서적 풍요는 결국 혈액순환 정체로 인해 하방 이동을 하는 눈꺼풀을 이겨내지 못했다. 재미가 있는데 이상하게 보면 볼수록 잠이 왔다. 잠들면 천년만년 깨어나지 않고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마법 같은 강좌들이었다.


이건 다 유전자 때문이다.

근거가 확실하다.





[삽질 복기]

- 듣기만 하지 않고 강좌 내용도 좀 듣고 따라 할걸?

- 강의 자료도 좀 소리 내서 읽을걸.

- 요새는 대본도 나오네? 또 한 번 봐 볼까? (과연).

- 이번엔 꼭 잠을 이겨내야지(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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