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책 소리 내서 읽은 거 녹음해서 들어보면 좋대

좋긴 뭐가 좋아

by 이보라



불이 꺼져있다. 더듬더듬.


손으로 바닥을 짚어가며 무언가를 찾는다. 어디 갔지?


기억 속에서 헤매는데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분명 영어책을 읽는 나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했는데, 왜 그런 몹쓸 짓을 했는지 도저히 기억 나지 않는다. 불을 어디서 켜야 할지 모르겠다. 어둠 속에 갇혀 있을 뿐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자신이 영어 문장을 읽는 소리를 스스로 들어 보면 무엇을 잘못되었는지 쉽게 파악하고 그 부분을 고칠 수 있다고. 누구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진짜 그랬다.


해보니 사실이었다.


내가 영어 문장을 소리 내서 읽은 걸 직접 들어보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녹음을 하란다고 녹음을 해보고 있는 내가 문제였다.


무작정 좋다고 해보는 내가 문제였다.


녹음 후 다시 재생 버튼을 눌러서 나오는 그 소리는 배 아픈 살쾡이 같은 목소리였다. 분명 영어 문장 읽는 걸 녹음했는데, 영어라고 하기엔 한국인의 냄새가 많이 났다.


영어 음원에서 들리는 소리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당연히 원어민과 똑같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좀 너무했다. 나 영어로 말할 때 이렇게 말해? 진짜야?


영어책을 소리 내서 읽으면서 녹음을 하면 두 가지를 경험할 수 있다.


녹음을 하는 동안 자신의 영어를 실시간으로 듣는 괴로움, 그리고 그렇게 녹음한 걸 다시 들으면서 '도대체 이 괴상한 목소리의 생명체는 누구인가?'를 깨닫는 괴로움. 이런 이중 고난 수행을 통한 자기 단련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적극적으로 추천할 만한 활동이다.





[삽질 복기]

- 누군가는 좋다고 하더라만 그게 나는 아닌가 봐.

- 역시나 각자에게 통하는 방법이 있다.

- 그거 할 시간에 그냥 음원 더 들어야지.

- 그거 할 시간에 그냥 문장 하나 더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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