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보는 영어 동화책 쉬울 줄 알았죠?

쉬워 보이죠?

by 이보라



동생이 거금을 들여 구매했다.


대출 이자 갚느라 돈이 없다더니 벽면 책장 하나가 책으로 가득하다. 조카와 자동차 장난감도 가지고 놀고, 공룡 왕국도 만들고, 클레이로 외계 생명체를 만들다가 지치면, 책을 함께 읽는 걸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지.


한글 책도 빳빳한 게 많지만, 영어 책은 더욱 많다. 90% 정도는 새 책인 것 같다.


펼쳐보는데 종이에 손을 벨 것만 같다.


아, 근데 이거 말이지.


조카와 영어 동화책을 같이 읽으면 나도 영어 공부 되는 거 아니야? 이모표 영어도 하고?


쌀 포대 무게도 안 되는 작고 소중한 꼬마 아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다리는 생각보다 금방 저리지만), 영어 동화책을 소리 내서 읽는다.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과장된 연기는 필수이며, 재미있게 읽지 않으면 중도 하차를 경험할 수도 있다.


게다가 난관이 또 있었다.


어린이를 위한 영어 동화책이 생각보다 읽기 쉽지 않다.


글씨 크기가 크고 문장이 짧다고 해서 곧 쉬운 건 아니었다.


내가 평소에 주로 읽는 자서전이나, 자기계발, 경제경영 원서보다도 오히려 술술 읽히는 느낌이 없다. 오히려 학교나 회사에서 쓰지 않았던 문학형 영어가 주로 나오고, 난생처음 보는 의성어와 의태어도 나오니까.


엄마표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매일 영어 동화책을 몇 권씩 읽어주어서 아이가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는 후기를 본 적이 있는데, 겪어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오히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영어보다 더 정교하고 어려운 경우도 꽤 있으니까.


역시나 문학은 궁극적으로 언어의 꽃이구나. 아무리 어린이 문학이라고 해도 말이지.


그렇게 귀염둥이 조카와 함께 영어를 익힌다.


놀면서, 웃으면서.





[삽질 복기]

- 일상에서도 영어 공부 기회는 항상 찾을 수 있다.

-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면 더 좋다.

- 함께 하는 영어는 더 즐겁네.

- 나중에 조카가 크면 내가 이렇게 해주었다는 것을 20년 동안 귀가 닳도록 떠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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