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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Nov 04. 2020

앗, 통행금지다

작가에게 마감이란?


지금 시대에 통행금지가 있다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마치는 것이 현명할까요?

통행금지라는 표현은 신랑이 내게 이야기 해준 제목이다.


     

   이제는 지난 달인 10월은 두 번의 통행금지가 있었다. 10월 한 달 브런치에서 하는 출판 프로젝트와 동화 응모 등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가장 바쁘게 보냈다. 10월 목표는 2권 혹은 3권의 브런치 북 발간과 첫 동화 응모였다.


      

  첫 번째 통행금지는 첫 번째 책인 ‘고목에 꽃피다’와 동화 응모였다. 동화 응모는 날짜도 중요했지만, 독자의 연령대를 좀 더 세분화해서 문체, 단어, 표현 등 여러 가지를 신경 써야 했다. 첫 통행금지를 잘 지켜야, 두 번째 북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첫 통행금지를 겪고 나니, 술에 취한 것처럼 기분이 알딸딸했다.     



  지금 ‘통행금지’가 시행된다면 기분은 어떨까? 일과를 빨리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시간까지 빡빡하게 계산해야 하지 않을까? 통행금지를 겪어 보지 않은 나는 ‘마감’이라는 단어가, 신랑은 ‘통행금지’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첫 마감을 하고, 작가의 마감 시간에 대해 글을 쓰게 될지 모른다고 하자, 신랑은 ‘통행금지’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라고 얘기해 주었다. 나는 그 제목을 듣고 빵 터졌다. “이제, 작가의 내조자이자, 작가 남편이 되어가는군”이라고 해줬다.      



  하나의 글을 쓰면, 제목도 잘 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가끔 신랑이나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제목 고르기 문제를 내기도 한다. 제목으로 쓸만한 것을 골라서, 객관식 문제로 내주고, 제일 재밌다고 하는 제목을 고르라고 한다. 이런 훈련을 한 덕분인지, 아직도 재미있는 제목을 짓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처음보다는 나아졌다.

  글의 소재, 제목, 주제가 생각나면, 나에게 카톡 보내기나 공책에 적어놓고 글을 쓸 때 참고한다. 지금까지 브런치나 다음(Daum) 메인을 간 것은 14번인데, 여기에는 신랑과 아이의 공도 크다.      



브런치 첫 번째 북 고목나무의 꽃 피다의 제목 변경(위의 것이 처음 생각난 제목)



두 번째 북 요린이 탈출기 제목




신랑이 통행금지 얘기해준 순간, 카톡에 적어 놓은 것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마감 있는 글 도전도 했지만, 책에 도전하기는 처음이었다. 마감이라는 단어에 발을 동동 구르며, 점점 다가오는 시간에 가슴이 터질 것 같고, 하고 싶은 말은 많은 데 쓸 표현이 잘 떠오르지 않아 속이 상하기도 했다. 원고지에 글을 쓰고 있었다면, 원고지를 마구 구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노트북으로 글을 쓰기에, 잘 안될 때는 노트북 뚜껑을 덮고 다른 행동을 했다. 그러나 생각은 쓰던 글에 가 있었다. ‘다음에는 어떤 내용을 이어야 하지?’, ‘글 하나의 맥락, 전체 맥락에는 맞게 가고 있나?’ 등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웹툰,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작가의 모습이 현재 나의 모습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시간 단위, 분 단위로 시계를 봐가며 머리를 쥐어짜면서도 마감이 주는 쾌락을 즐기는 나를 보며 “역시 작가 기질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은 작가가 아니고는 이런 쾌락을 즐기지 않을 거라 했다.      



  두 번째 마감은 2번째 브런치 북인 “요린이 탈출기”를 쓰고, 한 권 더 발행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3번째 북도 발간하기로 했다. 두 번째 마감은 첫 마감보다 더 살이 떨렸다.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겨 글을 쓸 시간이 적어서 더 힘들었다. 마지막 20분을 남기고 3번째 책도 발간하고, 터덜터덜 이불속으로 들어가 파묻혔다. 이때는 마감도, 신랑이 얘기했던 통행금지도 아닌 뎅뎅 거리는 시계 소리에 무도회에서 빠져나가는 신데렐라 같았다.        


   

  시계가 12시를 울리는 순간, 마법이 풀리며 재투성이 아가씨, 쥐, 호박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에 신발 한 짝 잊어버리는 것도 모르는 채 말이다. Pumpkin Time(꿈이 깨지고 냉혹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자정에 마차가 호박으로 바뀌는 Cinderella 이야기에서. 출처 : 네이버 영어사전. Pumpkin은 호박이라는 뜻이다. )은 나에게 그렇게 찾아왔다. 출간 작가가 아닌 나는, 브런치가 마련해준 무도회를 신데렐라처럼 즐겼다. 무도회가 끝난 지금, 또다시 재투성이 아가씨 신데렐라로 돌아왔지만, 천천히 신데렐라의 길을 밟아보려 한다. 무도회 향연은 나에게 짙은 여운을 남겼기에, 또다시 기회가 온다면 신데렐라처럼 또다시 호박 마차에 오르려고 한다. 신데렐라가 무도회를 즐겼던 방법은 다음 글에 써보려고 한다.         


 

호박아, 호박 마차로 변신해줘



대문사진 출처 ㅡ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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